베를루스코니, 사퇴 아니면 불신임 투표 직면

"그리스와 이탈리아, 총리들이 위기 악화 주범"

유로존 위기를 일으킨 대표적인 주변국 그리스와 중심국 이탈리아 모두 총리가 사태 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국가부도를 좌우할 구제금융 비준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섰다가 일을 꼬이게만 만들었다는 비난 속에 물러나게 된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 이탈리아 부채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인 베를루스코니 총리. 집권당 내부에서 조차 그에 대한 퇴진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AP=연합
"총리 업무는 파티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것"

베를루코니는 미성년 성매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현직 총리이자 국가신용등급이 깎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국가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그는 성매수를 알선한 기업인과의 통화에서 "총리 업무는 파티하고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공개돼 충격을 준 것에서 보듯, 틈만 나면 국가대사보다 사적 쾌락에 몰두해 잦은 물의를 빚어왔다.

지난 주말 수도 로마에서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끊임없는 성추문과 비리를 적은 현수막을 내걸어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7일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직 장관이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은 몇 시간이나 며칠 내의 문제일 뿐 이미 정해졌다"면서 사임설의 진원지가 됐다.

사임설이 전해진 이날 이탈리아 증시는 순식간에 2%나 치솟는 등 그의 퇴진을 호재로 반기는 모습이 연출됐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사임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지만, 베를루스코니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우파 연정 내부에서부터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부채, 그리스의 5배

8일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예산 관련 안건에 대한 중요한 표결에서 혼란을 우려한 야권이 부결시킬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며칠 내로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 통신은 "만일 예산 관련 안건이 부결된다면, 베를루스코니는 사임하거나 불신임 투표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는 전날 6.67%로 치솟았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붙였을 때보다 오히려 더 금리가 치솟았다는 것은 이탈리아의 부채위기가 이미 그리스 등 주변국에 의한 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6%대 금리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리는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탈리아는 부채가 많기는 하지만 객관적 지표로만 보면 갚을 능력은 있다. 그런데도 국채 가격이 추락하는 이유는 베를루스코니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위기를 극복할 역량을 오히려 훼손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는 사태가 온다면 그야말로 유로존 부채위기는 수습 불가능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세계 8위이자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답게 유로존 부채의 23%나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는 10월 말 현재 1조8995억유로(2944조원)로 그리스 부채의 5배이며, 유로존 공동 구제금융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규모를 최대한 확대해도 이탈리아 하나 막기에 힘들 정도다.

<로이터> 통신은 "베를루스코니의 퇴진을 시장이 바라고 있지만, 그가 퇴진한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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