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퇴진…내년 2월19일 총선"

[분석]"독재자의 국민투표 악용 수법, 해프닝으로 끝나"

국가부도 사태를 좌우할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그리스 총리가 결국 사퇴하게 됐다.

6일 저녁 여야 영수회담을 주선한 그리스 대통령이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3자 회동을 끝낸 뒤 성명을 발표했다.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파판드레우 총리와 제1야당인 신민당의 사마라스 당수가 거국내각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또 이 성명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새 내각을 이끌지 않을 것이며, 거국내각을 이끌 총리 인선을 위해 오늘중 여야 총수와 따로 회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6일 저녁 자신의 퇴진이 결정된 3자 회담에서 찹작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AP=연합
총리 퇴진 조건, 임시거국내각 구성 합의

이어 7일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밤 늦게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신민당 관계자들과 만나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을 내년 2월19일에 열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신민당은 '12월 조기 총선'을 주장했으나, 파판드레우 총리가 퇴진하는 것을 조건으로 총선시기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꾸었다.

총선일자가 몇 개월 늦어짐에 따라 새 정부가 유럽연합에 제의한 2차 구제금융 1300억 유로를 받기 위한 긴축조건 등을 충족하기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이에 따라 1주일전 그리스 총리가 국가부도 사태를 좌우할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태는 결국 해프닝처럼 마무리됐다.

국민투표는 없었던 일이 됐고, 총리에 대한 의회의 신임투표는 지난 주말 간신히 통과됐지만 총리의 사퇴로 끝나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민당은 구제금융에 따르는 긴축안을 반대하고 조기총선을 해야 한다고 맞서오다가,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조건으로 긴축안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곧바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국민투표는 필요없게 됐다"면서 국민투표 방침을 철회했다.

"자리 유지 위해 국민투표와 신임투표 강행" 비난 쏟아져

이처럼 파판드레우 총리의 국민투표 계획은 1주일만에 해프닝처럼 끝났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왜 이런 행보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판드레우 총리는 자기 권력 유지를 위해 백척간두에 서있는 나라를 팽개칠 짓을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그가 한 행동은 국민을 볼모로 한 벼랑끝 전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자기가 사퇴하는 대신 거국내각을 구성하면서 위기 돌파를 위한 정치권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길을 택하지 않고, 국민에게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라고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대다수는 구제금융 조건에 붙은 가혹한 긴축안에 반대하기는 했지만, 대다수가 연정을 원하고 유로존 잔류를 원했다. 이런 국민에게 구제금융 수용여부와 유로존 탈퇴여부를 국민이 직접 정하라고 한 뒤, 곧바로 의회에서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관철한 것은 독재자가 흔히 국민투표를 악용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결국 최대 야당이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조건을 거부했던 태도를 바꾸자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투표를 없던 일로 하고 자리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신민당은 긴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총리의 퇴진이 전제조건이었다면서 압박하자 파판드레우는 총리 자리마저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벼랑끝 전술로 긴축에 반대하던 야당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데 의미를 두지만, 부도에 직면한 나라가 정쟁을 벌여 국제사회의 신뢰만 잃게 됐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