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 연쇄 파산의 공포, 기폭제는 덱시아

[분석] "덱시아는 '제2의 리먼 사태' 예고하는 카나리아"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9.67포인트(-2.33%) 내린 1666.52로 거래를 마감했다. 유럽발 악재에 또다시 무력한 장세를 보인 것이다. 간밤에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3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예고된 것이고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에게 부여한 'A' 등급와 같은 'A2'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악재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새로운 악재로 벨기에 1위 은행 덱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덱시아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합작은행으로 대형은행은 아니지만 '제2의 리먼 사태'를 알리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프랑스-벨기에 합작은행 덱시아가 '제2의 리먼 사태'를 예고하는 데자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덱시아, 유럽은행 연쇄 파산의 기폭제되나

덱시아는 유럽 은행 중 사실상 디폴트 상태인 그리스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8월 일부를 손실처리한 것만으로 2분기에 40억3000만유로 규모의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덱시아는 3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파산에 몰려 공적자금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지금 또다시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덱시아가 파산하면 마치 '돌려막기'처럼 서로 얽혀있는 유럽의 은행들이 연쇄 파산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단 프랑스와 벨기에 정부는 덱시아의 부실자산에 대해서 지급보증을 하겠다면서 사태 악화를 막고 있지만, 이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덱시아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소식은 데자뷔를 불러 일으키기기에 충분하다"면서 "덱시아는 3년전 리먼 사태 때도 가장 먼저 구제금융을 받았던 은행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신문은 덱시아가 부실자산에 대해 정부의 보증을 받았다는 소식은 "보기보다 의미심장하다"고 강조했다. 바로 2008년 3월 파산한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처럼 "더 큰 사태에 대한 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어스턴스 파산 때 수준으로 자금 시장 경색"

<FT>는 베어스턴스와 덱시아가 유사한 경로를 밞을 것으로 보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베어스턴스는 자금 대출 중개에 치중한 투자은행으로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면서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렸다. 지난 3개월 동안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자금시장의 분위기는 베어스턴스 파산 당시와 매우 흡사할 정도로 얼어붙었다.

베어스턴스 파산을 계기로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20% 폭락하는 약세장으로 돌아서면서 이후 47%가 추가 하락했다. 지난 4일 S&P 500 지수는 5월에 기록했던 연중 고점에서 20% 하락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정부 관계자들은 덱시아의 위기는 지급불능이 아니라 자금 조달에 일시적으로 차질이 생긴 유동성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FT>는 "베어스턴스 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면서 "지급불능이냐 유동성이냐를 따지기에 앞서 중요했던 것은 투자자의 공포로 인해 베어스턴스가 '월가라는 탄광의 카나리아' 신세가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베어스턴스를 파산으로 몰고간 공포는 결국 그해 9월 리먼브라더스까지 집어삼켰다는 것이다.

"3년전처럼 정부가 막아줄 수 있을까?"

이제 덱시아는 부실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을 들고 있다가 파산한 베어스턴스처럼, '부실한 그리스 국채' 등을 보유한 은행으로서 공포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몰렸다. <FT>는 "이런 상황에서는 공포가 근거가 있는 것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지금 어느 곳이 '제2의 리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력 후보군은 나라 중에서는 그리스, 그리고 은행들로는 프랑스 은행들이 꼽히고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번에 또다시 금융시스템을 구제할 정도로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강력한 정부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이 회의적일수록 '제2의 리먼'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파괴력은 3년전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쪽에 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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