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베이너 협상 결렬, 美 '디폴트' 위협 현실화?

세계경제 긴장 속 민주-공화 각각의 별도 안 제시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을 늘리기 위한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 간의 회동이 끝내 결렬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을 일주일여 남겨두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주말인 24일(현지시간) 오후까지 협상에 임했지만 결국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음달 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이날 협상에서 베이너 의장은 우선 당장의 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부채 한도를 소규모 증액하고 이후 몇 개월 내로 추가적으로 상한선을 다시 끌어올리는 '2단계안'을 고수했고, 오바마 대통령 또한 한도를 최소 2조5000억 달러 이상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12년 대선 이전까지 또 한차례의 부채 상한 조정이 있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빌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세계 금융 시장은 6개월 뒤 또다시 미국의 채무한도 협상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을 압박했다. 그는 "연방부채 상한 증액의 시한이 2013년까지 설정되지 않으면 오바마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대규모 지출감축과 세제개혁이 포함된 '그랜드 바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그러나 "미국은 절대로 디폴트 사태를 맞지 않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또 앞서 백악관은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대신 1조2000억원의 세수를 늘려 재정을 건전화한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공화당은 세금을 늘리는 것에는 반대하며 백악관의 안을 비난했다. 베이너 의장은 최소 3조 달러 규모의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예산감축+증세'로 확보하자고 주장한 규모의 재정을 모두 예산 삭감만으로 채우겠다는 의미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3~24일 연이틀 미 행정부의 부채 상한 증액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불발로 끝났다. ⓒAP=연합뉴스

민주‧공화, 각각의 부채상한안 제시

베이너 의장과의 협의가 불발로 끝난 후 오바마 대통령은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대책 마련에 들어갔고, 베이너 의장 또한 공화당 의원들과 전화 회의를 갖고 이날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음을 통보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은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보면서도 각각의 부채상한 증액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리드 상원 원내대표가 주축이 되어 향후 10년간 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를 제외한 분야에서 2조5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부채 한도를 즉각 2조5000억 달러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공화당은 여전히 '2단계안'을 고수하며, 1단계로 부채 한도를 당장 9000억 달러만 늘리고 이와 동시에 재정지출을 1조2000억 달러 줄이며, 2단계로 사회보장제도 및 세제 개혁을 통해 3조 달러의 추가 재정지출 삭감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추가로 부채 한도를 늘리기로 한다는 방침이다.

민감한 시장 반응…금값 폭등, 한국 주식시장도 영향

시장은 미국의 디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5일 금값은 온스당 1624.07달러까지 올라 전일대비 1.4% 상승을 기록했으며, 특히 뉴욕의 금 8월 인도분 가격은 1624.30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는 0.8~2.1%포인트 하락했으며 한국 코스피 지수도 이날 10시 현재 17.17포인트(0.79%) 내린 2154.06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146.99까지 내려가 2150선을 밑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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