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추가 지원 없으면 디폴트" 첫 시인

'G7국가' 이탈리아도 국가신용등급 '추가 강등' 경고

그리스의 '디폴트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디폴트 위기'를 일축했던 그리스의 총리가 처음으로 자체 자금 조달 능력에 한계가 도달한 상태임을 시인했다. 그동안 시장 전문가들은 80%가 넘게 '그리스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해왔다.

23일 <AP> 통신은 전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그리스의 일간 <에트노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내년이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차입능력을 갖출 능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그리스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내년에 최소한 270억 유로에 달하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파판드레우 총리는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중 5차분이 예정된 일정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부도가 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시인했다.
▲ 재정위기로 그리스에서는 연일 노동계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연합

12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 5차분은 EU, IMF, ECB의 합동 평가가 이뤄지는 6월 이후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평가팀은 이미 보다 강도 높은 추가 긴축과 민영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구제금융 지급도 지연될 수 있다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긴축 정책으로도 그리스에서는 연일 정부와 노동계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어 정치적으로 추가 긴축은 쉽지 않은 과제다.

그리스의 국채, 이미 지속불가능한 수준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그리스 국채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지난 주말 17%까지 치솟았다. 국채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독일 국채(분트)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급기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20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3단계 하향조정했다.투기 등급의 경계선인 '더블 B'급을 지나 B가 하나인 등급은 "바람직한 투자처로의 평가요인이 없다"는 수준이다.

앞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9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두 단계 하향조정한 바 있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그리스 총리까지 시인할 정도가 되자, 유럽의 많은 정치인들은 최소한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에 대해 채무상환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하지만 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이 다른 재정위기국들에게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그리스 사태, 이탈리아 등에 전염 우려

실제로 S&P는 피치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낮춘 조치를 발표한 몇 시간 뒤, G7 국가이자 유럽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추가 강등을 예고했다.

런던의 에볼루션 증권사의 게리 젱킨스는 "보통 때 같으면 개별적 사건으로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P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지난 2006년 A+로 강등한 뒤 이 등급을 유지했으나, 그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재정위기도 개선 조짐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강등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4.6%로 프랑스보다 비율이 낮고, 그리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에 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국가부채 비율은 유럽연합 기준의 두 배에 달하며, 재정위기 사태로 신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루이스대의 경제학 교수는 니콜라 보리는 "S&P의 등급 전망 하향조정은, 국가부채가 막대한 가운데 경제성장이 거의 제자리이고, 지난 10년간 좌파건 우파건 어느 정권도 구조적 개혁을 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날이 걱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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