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무장관들, 그리스 채무 만기 연장 필요성 첫 거론"

회의에서 논의는 못해 …그리스 지지한 스트로스칸 빠진 탓?

17일 <블룸버그> 통신은 "유럽재정위기 대책을 논의해온 유럽 재무장관들이 전날밤 그리스에 대해 채무 만기 연장을 해줄 필요성을 처음으로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유럽 재무장관들은 1년전 그리스에 1100억 유로(156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제공했지만 그리스의 재정상황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리스의 채무에 대한 만기 연장 등 어떠한 채무 재조정도 '조건부'라는 점이다. 그리스 정부가 채무 재조정을 받으려면 국유재산을 대대적으로 매각하고 혹독한 재정긴축을 단행하는 등 정치적으로 실행이 쉽지 않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 등이 총파업으로 맞서고 있고, 3년째 경기침체에 빠진 그리스는 빚 갚을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에 대한 채무 재조정 방안은 이날 열린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되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에 가장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강간 미수 혐의로 미국 뉴욕 라이커스 아일랜드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그리스와 관련된 논의에 한계를 더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국제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로 갈 것이라는 예상이 절대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조사에서는 85%가 '그리스의 디폴트'를 예상했다.

유럽위원회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구제금융을 받은 1년 동안 오히려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157.7%에 달한다. 경기침체도 지속돼 그리스가 채무 상환에 필요한 경제성장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빌 그로스는 '그리스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상태가 올 것"이라면서 "채권자들은 일정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2013년까지는 채무 재조정 안돼"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대국으로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의 향방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은 채무 재조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유럽의 항구적인 구제금융 메커니즘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출범하는 2013년 중반 이전에 그리스와 다른 회원국들의 채무 재조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중심으로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을 지원하는 체제가 2013년 6월부터 ESM이 담당하도록 전환하는 과정에서 '룰'부터 바꾸면 채권자들의 신뢰를 더욱 잃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브뤼셀의 유럽 재무장관 회의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지켜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을 지지해온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힘을 잃은 상황이라, 그리스의 상황은 더욱 꼬여가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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