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486' 해체 선언이 눈총 받는 까닭은…

"반성은 환영하지만 진정성은 의심스러워"

민주통합당 내 486 세대(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이 19일 "민주당 계파 정치 청산을 위해 먼저 486 진보행동부터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내 거대 계파로 분류됐던 486 모임의 해체 선언이 당 혁신 작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당내 486의 핵심 인사이자 진보행동의 운영위원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보행동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는 기존 정치와 정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는 데 부족했다"며 "기존의 정치문법을 배웠고 기존의 관행을 혁파하는 데 주저했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486이라는 인연으로 모임을 만들지 않겠다"며 "우리의 해체로 당내 새 흐름이 생겨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행동은 지난 2010년 11월 '젊은 피'로 정치권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취지에서 결성됐다. 그러나 기존 취지와 달리 모임은 특정 계파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모임이라는 오명을 받았다. 또 486 그룹은 2007년 대선부터 각각 두 번의 총선과 대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나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책임론에 휩싸였다.

운영위원장인 김현미 의원은 "오늘 많은 분들이 열띤 토론을 하는데, 이 모습을 그동안 보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회한이 밀려온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 의원은 "똑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시 어떤 모임을 만들든 집단적인 반성과 해체를 반복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득권 반성한다면서 뭘 내놓았나" 진정성 의심 시선도

거대 계파로 불리는 486 모임인 진보행동이 스스로 해체 선언을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당 내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행동 없이 '선언'만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486 인사들은 당내 선거마다 그들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이것이야말로 계파적 행동"이라면서 "젊은 정치인들임에도 하청정치, 기생정치 오명이 붙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행태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해체 선언한 건 환영할 만 하지만, 진정성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실질적으로 내려놓는 의미에서 5·4 전당대회 불출마는 물론, 선거 과정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486은 이미 당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다고 이들이 소멸되는 게 아니다, 계파가 없어지는 것 뿐"이라며 전당대회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전당대회를 두고 486 그룹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모임에서 박홍근 의원은 "자칫 진보행동이 해산했음에도 후보를 낼 경우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진보행동이 당권에 개입했던 것과 단절하는 모양새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은혜 의원도 "우리 스스로가 약속한 것들을 지키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적 입장을 냈다.

'전대 불출마' 의견은 박 의원을 포함해 초선의원 중심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있으며, 지난 1~2월 모임 워크샵, 회의를 통해 486 핵심 멤버인 운영위원단에 전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 해체 의견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반면 486이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은수미 의원은 이날 토론에서 "저는 이번 전당대회가 혁신 리더를 만드는 장의 시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행동 후속 모임, 결국 '도로 486' 될 지도"

한편, 진보행동 해체 이후 후속 모임이 결성된다 하더라도, 결국 '도로 486'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행동 측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전까지는 후속 모임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모임 소속인 허동준 부대변인은 "전당대회 전에 모임을 꾸리면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 이후에 논의가 나오더라도 기존 인사들의 관심사가 달라 흩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 관계자는 "당내 소규모 모임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486은 연대감이 무척 공고해 결국 기존 (진보행동)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며 "가치나 정책 중심의 모임에서 시작하더라도 다시 계파 성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대로 진보행동 해체 후 486 출신이 기존 계파에 흡수돼 당내 계파 정치의 판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홍익표 의원은 "여기서 다 흩어져서 잘못하면 진보행동 해체가 기존 계파에 몇명을 추가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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