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JFK' 오바마, 파죽의 2연승 목전

'민주당 백인 집토끼' 흑인 유권자들도 '변심'

미국의 흑인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별로 없다. 전통적으로 흑인 유권자들은 어차피 흑인 후보가 대통령 당선은 물론 대선 본선에 나온 적도 없는 현실에서 민주당 백인 후보의 '집토끼'로 간주돼 왔다.

이 때문에 흑인 사회는 인종 비중이 비슷한 히스패닉보다도 정치권의 구애 대상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 흑인 유권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선 경선에 나선 7명의 흑인 후보 중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 뿐 아니라 대통령 당선까지 바라보는 가장 유망한 흑인 후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미 대선 각 정당들의 후보 지명전의 첫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돌풍을 일으키며 1위에 오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다. 이 한 방에 지난 2년 여 동안 대세론을 몰고 다녔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기세가 꺾였다.

오바마 의원은 8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확실한 우세를 보이고 있어 '오바마 돌풍'이 한 때의 바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 젊음과 미국의 변화를 내세워 미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바마.ⓒ로이터=뉴시스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두 자릿수 격차로 선두

USA투데이와 갤럽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의원은 41%의 지지를 얻어 28%의 지지율 확보에 그친 클린턴 의원을 13%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또 CNN과 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바마와 클린턴의 지지율은 각각 39%, 29%로 지지율 격차가 역시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의 전화 여론조사 결과도 오바마가 37%의 지지율을 얻어 클린턴을 10% 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매클래치-MSNBC 여론조사 등 다른 조사에서는 오차 범위 내의 백중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햄프셔는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인구 131만명의 작은 주이지만 첫 경선지인 아이오아 주는 당원대회인 반면, 일반인들에게 투표가 개방된 프라이머리 방식으로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아이오와 경선과 함께 향후 경선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경선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1952년 이후 뉴햄프셔에서 1위를 하지 않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92년 클린턴 전 대통령(민주당 2위)과 2000년 조지 부시 대통령(공화당 2위)뿐이다.

힐러리 측은 이때문에 뉴햄프셔에서 또다시 오바마에게 고배를 마신다고 해도 남편 클린턴의 사례를 들어 위안을 삼으려 하겠지만, 불안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가 뉴햄프셔에서도 1위를 한다면 흑인 유권자들이 본격적으로 오바마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에 호감 보이는 백인 지지자들도 급증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급상승세에 놀라워 하면서 '오바마 현상'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뉴햄프셔에서 오바마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난 2000년 이후 이곳에 들어온 이주민의 상당수가 젊은층, 고학력의 전문직 종사자, 무당파들로 미국을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러한 희망을 오바마에게 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인 남성인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 백인이지만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보다 오바마에게 호감을 보이고 유권자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이오와 주는 백인들이 대다수인 곳이고, 흑인은 2% 정도에 불과한 곳인데도 오바마가 비교적 큰 차이로 다른 후보를 누르며 1위를 차지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지난 대선들과는 달리 올해는 경선 일정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가 닷새 차이, 1주일 뒤 미시간(15일), 4일 뒤 사우스캐롤라이나(19일)까지 숨가쁘게 이어져 처음 바람을 일으킨 후보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틈이 없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민주당 당원이 흑인일 정도로 흑인 유권자가 많다는 점도 오바마가 이곳에서 대세를 확정짓는 축배를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만 해도 워싱턴 정가의 무명인사에 가까웠던 오바마는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진보적인 미국과 보수적인 미국, 흑인의 미국과 백인의 미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 합중국이 있을 뿐"이라는 감동적인 연설로 일약 유망한 정치인으로 급부상하며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지난 3월 코네티컷주의 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는 민주당 모금 집회 사상 보기 드물 만큼 1인당 175 달러(약 17만 원)를 내고 1700명이나 되는 사람이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러 참석했다.

당시 민주당 상원선거대책위원장인 찰스 슈머 의원은"이런 현상은 본 적이 없다"면서 "전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이렇게 눈부신 각광을 받는 것은 평생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젊은 흑인 정치인의 'JFK 신화' 탄생할까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미국 사회의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신문은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캔자스주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인종차별을 겪으며 어렵게 성장하면서도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의 주류사회에 당당히 진입, 미국 사회에 통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1961년 생으로 40대인 오바마는 미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43세)이 된 존 F. 케네디(JFK)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늘 따라다닌다. 1961년은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한 해이기도 하다.

오바마도 JFK가 젊음과 미국의 변화를 무기로 1960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를 물리쳤던 것처럼, JFK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았다"는 뜻인 자신의 이름 '버락'대로 그가 흑백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오바마가 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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