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커비 돌풍'은 기독교 복음주의 작품

공화당의 '종교정당'화 경고 목소리도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지명전 첫 경선이 치러진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마이크 허커비(53) 전 아칸소 주지사가 1위를 차지하면서 그가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당내 지지율이 한 자릿수인 군소주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8일 발표된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8%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3% 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마침내 선두로 부상했다.

또한 이번 아아오아 코커스에서는 34%를 확보, 25%로 2위로 그친 룸니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런 상승세에 따라 허커비가 당내 지지율에서도 조만간 선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선거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허커비의 이러한 돌풍은 197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지미 카터를 연상시킨다. 무명 인사였던 지미 카터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허커비도 아이오와 승리를 발판삼아 대권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성급한 관측이 나올 정도다.
▲ 허커비 후보가 부인과 함께 아이오아 경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허커비는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주자 중 가장 도덕적인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클린턴과 똑같이 아칸소 주지사 출신에 대선 출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으며, 뛰어난 언변을 갖추고 기타(클린턴은 색소폰)를 멋지게 연주하는 등 유사한 점이 많아 '공화당의 클린턴'이라고 불린다.

허커비, 클린턴과 닮으면서도 다른 점

그러나 돌풍의 배경은 클린턴과는 정반대로 종교 세력의 지지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침례교 목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허커비 전 주지사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돌풍의 주역이 된 배경에는 공화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의 전폭적 지지 덕분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 복음주의는 부시 대통령을 재선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종파로 알려졌다.

기독교 복음주의는 지난달 27일 '복음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故) 제리 팔웰 목사의 아들 제리 주니어 팔웰이 허커비 지지를 공개 선언할 만큼 노골적으로 허커비를 밀고 있다.

반면 억만장자인 롬니는 최근까지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지켰지만 결국 미국 사회에서 한때 이단 논란에 휘말려던 모르몬교 신도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백악관 보좌관을 지냈던 케빈 필립스는 지난해 출간된 <미국의 신정정치>에서 "공화당이 세계 교회주의적인 종교 정당으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미국 정치에서 정교 분리의 원칙이 무너지는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낙태, 동성애, 총기규제 강력 반대한 '미국적 보수주의' 후보

필립스는 미국의 이 같은 신정정치가 기독교 우파들의 정치적 영향력, 석유 확보를 위한 국가 안보 논리, 빚으로 버티는 경제 등 세 기둥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팔웰 목사와 1988년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 직접 나섰던 '기독교인 연합' 팻 로버트슨 목사 등을 '미국 신정정치의 아이콘'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기독교 복음주의는 이번 대선에서도 낙태와 동성애, 총기규제 등을 강력히 반대하는 확실한 '미국적 보수주의'의 면모를 보여준 허커비를 그들이 지지할 후보로 눈여겨 보았다.

허커비는 1955년 8월 24일 미국 내 가장 가난한 주로 평가받는 아칸소 주의 인구 1만명 소도시 호프(Hope)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못했고 침례대학을 졸업했다. 한때 라디오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허커비는 1993년부터 96년까지 아칸소 주 부지사를 지낸 뒤 주지사에 당선했으나, 올해 1월 대선 출마를 위해 주지사 직을 포기했다.

그는 서민 출신답게 "조상 대대로 고교 졸업자는 우리 집안에 내가 처음"이라며 "나의 삶은 미국인의 꿈을 대변한다"며 유권자들을 파고 들었다. 이런 전략은 백만장자 출신 주지사의 아들로 태어나 벤처 투자에 성공해 억만장자가 된 롬니 후보를 추월하는 유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제 허커비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민주당 1위 후보로 떠오른 버락 오바마 의원과 함께 향후 경선에 계속 돌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오바마는 개표 중반까지도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이었었던 민주당 경선에서 3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며, 30%로 2위를 차지한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그리고 29%로 박빙의 3위를 차지한 힐러리 클린턴을 예상보다 큰 차이로 눌러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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