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박근혜 대리인' 벗고 '균형자' 될까?

'공정한 대선관리'와 '당 혁신'…두 마리 토끼몰이

한나라당은 11일 임기 2년의 당 대표로 강재섭 후보를 선출했다. 대선을 1년 반 남겨두고 정권탈환을 위해 한나라당의 조타수를 강 신임대표가 잡은 것. 그러나 친박(親朴) 노선을 과시한 강 대표가 향후 공정한 대선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 내기에는 당 안팎의 조건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대권주자 갈등 봉합이 일차 과제
  
  
강 대표의 임기는 앞으로 2년. 내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강 대표 임기 내에 치러진다. 새 지도부가 '대선관리형 과도체제'라는 점에 이견이 없을 만큼 강 대표의 최대 과제는 대권경쟁의 공정한 관리를 통해 당 분열을 차단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번 전대가 결국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으로 비화되고 강 대표가 그 중심에 서면서 오히려 이재오 최고위원을 따돌린 '막판 반전'이 분열 가능성을 증폭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강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이명박 전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재오 후보와 주고받은 감정싸움을 조속히 추슬러 당 안정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임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당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이재오 당 대표 만들기'에 '올인'했던 이 전 시장 측과의 관계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이미 이 전 시장이 '대선 6개월 전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한다'는 규정에 불만을 제기한 바도 있듯, 각 진영에서 서로의 유불리를 따지며 쏟아내는 요구에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처할지가 '강재섭 리더십'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에서 난무했던 색깔론과 지역주의,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에서 드러난 구태 등 한나라당의 고질적인 병폐의 해결 여부도 강재섭 리더십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 대표 본인에게 떨어지는 '민정계'라는 세간의 인식이 여전히 부담스럽고, 정치적 근거지가 대구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물론 원내대표 시절 보여줬던 '유연함'을 높게 평가하는 일각에선 강 대표가 한나라당을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도록 할 수 있는 성품을 가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보수파 일색으로 채워진 지도부의 인적 구성 상 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번 전대에서 '자충수'를 둬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소장파 등 비주류의 '소외된'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도 과제다. 민심과 괴리된 지도부 구성이라는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강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여관계 개선, 구태 이미지 극복도 관건
  
  여권과의 새로운 관계정립도 불가피하다. 대권주자가 아닌 제1당 대표로서 국정안정의 일정한 책임까지 회피해선 당과 강 대표 본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를 이유로 당내 공론화조차 없이 뒷전으로 내몰린 한미 FTA 문제나 북한 미사일 문제, 부동산 현안 등에 대해 '비판적 협력자'로서의 제자리 찾기를 해내느냐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만 챙겼다는 정치권 안팎의 눈총을 극복하기 위한 선결과제다.
  
  강 대표가 당선 기자회견을 통해 사학법 처리와 관련해 "민생과 관계된 문제는 사학법과 연계하지 않고 철저히 국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대목은 박근혜 대표 체제와의 차별화를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물론 이런 과제들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강 대표의 '유약한 면모'에 비판적인 지도부 및 당내 강경보수 의원들과의 크고 작은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강 대표는 '관리형 체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으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할 적지 않은 과제가 부여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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