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朴風' 업고 한나라당 새 대표 돼

이명박계 이재오 2위로…소장파 권영세 탈락

한나라당은 11일 '정권 탈환'의 선봉장으로 강재섭 후보를 선택했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에는 이재오, 강창희, 전여옥, 정형근 후보가 선출됐다.
  
  이재오, 여론조사 앞섰으나 현장 투표서 900표 뒤져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의원 75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당대회를 열고 총 유효투표 2만1036표(1인2표+여론조사 환산표 6311표) 중 5254표(24.98%)를 얻은 강 후보를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던 이재오 후보는 4971표(22.78%)를 얻어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여론조사 결과는 이 후보가 22.55%, 강 후보가 15.12%로 이 후보가 앞섰으나 대의원 투표 결과에서 강 후보가 900표 이상을 앞섰다.
  
  그 뒤를 강창희 2626표(12.48%), 전여옥 1994표(9.48%), 정형근 1993표(9.47%) 후보가 이었다.
  
  소장.중도 그룹의 대표로 나섰던 권영세 후보는 1773표를 얻는데 그쳐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방호, 이규택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이번 경선은 대의원들의 현장 투표(70%)와 사전 여론조사(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선자를 선출했다.
  
  박근혜 '격앙' 이후 강재섭 추격세에 가속도 붙어
  
  강 신임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계속 반성하고 참회하고 도덕성을 회복해서 따뜻한 정당을 만들자"고 일갈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실히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부패한 세력, 친북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에게 우리의 영토를 넓혀 나가는 '광개토 지도부'가 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이 50석도 건지지 못한다고 할 때 당을 지키고 발전시켜 준 박근혜 전 대표께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사실 강 대표가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당권을 쟁취한 데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막판 지원사격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재오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던 자체 여론조사 결과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전 시장의 이 후보 지원에 대해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시점부터 뒤집히기 시작했다는 것이 각 후보 캠프의 전언이다.
  
  이어 강 대표가 "이 전 시장과 싸우는 기분"이라며 전략적으로 '대리전'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와 이 전 시장에 대한 견제표가 동시에 강 대표에게 쏠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도 전당대회가 시작하기 10여 분 전에 전당대회장에 도착, 체육관을 한 바퀴 돌며 대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강 대표 캠프 측 한 인사는 "박 대표가 악수 한 표는 강재섭 표"라며 이를 반겼다.
  
  당권 위해 대권 접어…'민정계' 공격 받기도
  
  강재섭 신임 대표최고위원은 경북 의성 출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의 5선의원. 박 전 대표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혔으나 당권 도전을 위해 대권 꿈을 접었다.
  
  전두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법무 비서관을 거쳐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 총단장, 민자당 대변인, 신한국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부총재 등을 역임, 한나라당의 역사와 정치행보의 궤를 같이해 왔다. 1987년 노태우의 '6.29 선언'의 사실상 집필자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전력 탓에 선거전 내내 '민정계 출신' 혹은 '5공 인사'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이회창 후보 정치특보를 담당했으며, 2003년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05년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 이후 친박과 반박 대결이 극에 달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를 맡아 내분을 막고 여권과의 관계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작년 연말 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책임을 지고 10개월 만에 자리를 내 놨다.
  
  특유의 친화력이 강점이나 동시에 다소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도 막판까지 저울질을 하다 스타트가 늦은 탓에 선거전 내내 고전해야 했다.
  
"박풍과 강풍이 합쳐진 결과"
  
  대표 수락연설 이후 기자실을 찾은 강재섭 신임 대표는 '박근혜 지킴이'를 자임했던 모습이 신경 쓰이는 듯 '공정한 경선 관리자' 역할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원래 심판형, 공정관리형 모습을 강조하려 했는데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 정치 속에서 많이 변질된 것 같다"며 "앞으로 앙금이나 휴유증을 잘 봉합해 공정한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강 대표의 일문일답.
  
  -사학법 재개정 문제 등 향후 대여 관계는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민생과 관계되는 문제는 (사학법에) 연계하지 않고 철저히 국민편의와 국민복지를 위해 신속히 처리하겠다. 그러나 사학법은 작년 말에 날치기 통과된 법이라 계속 개정을 위해 노력해 왔고 신문법 등 위헌 부분이 있는 법들도 마찬가지다. 새로 법안을 내서 개정토록 하겠다.
  
  -당선 원인은 '강풍'인가 '박풍'인가?
  
  =결과적으로 보면 합쳐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심판자의 모습을 강조하려 했지만 정치가 또 현실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많이 변질된 것 같다. 그러나 내 성격이 통합적이고 화합을 중시하며 살아 왔기 때문에 이런 앙금이냐 휴유증은 잘 봉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연설에서도 노골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강조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더라도 공정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 대안은?
  
  = 정치는 종합예술이란 말이 있는데…. 앞서 말한 대로 나의 원래 의도대로 안 된 점이 많다. 그렇지만 어떤 전당대회든지 다소의 휴유증은 다 있는 것이고 구의원 하나 공천하는 데도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나 역시 대권주자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특정주자를 염두에 둔 것은 없었다. 앞으로 공정하게 관리해 후보를 잘 뽑아 링에 올리도록 하겠다.
  
  윤태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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