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작가 전원 해고…"영혼 없는 방송 원하나?"

최승호PD "그렇게까지 정권에 추파 보내야 하나"

파업은 끝났지만, MBC <PD수첩>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PD수첩> 메인 작가 여섯 명 전원이 일시에 해고된 것. MBC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해고 사유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이다.

<PD수첩> 메인 작가 6명과 최승호 PD 외 제작진, 그리고 MBC 구성작가협의회 소속 작가들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작가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PD수첩> 메인 작가 전원 해고는 "<PD수첩>의 비판 정신을 거세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된 폭거"라고 주장했다.

해고된 작가는 검사와 스폰서와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제작한 정재홍 작가, 김종익 씨 민간인 사찰의 장형운 작가, 기무사 민가인 사찰의 이소영 작가,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의 이화정 작가와 임효주, 이김보라 작가 등 여섯 명이다. 이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간 <PD수첩> 제작에 참여했다.

<PD수첩> 작가들은 "이는 김재철 사장 이후 계속되는 <PD수첩> 죽이기의 일환"이라며 "작가마저 퇴출시키는 것은 <PD수첩>을 무력화하는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 MBC <PD수첩> 작가들과 MBC 구성작가협의회 회원들이 "<PD수첩> 작가 전원 축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이명선)

170일이라는 장기 파업 끝에 <PD수첩> PD들이 복귀했지만, 상황은 전보다 더 열악해졌다. 파업 과정에서 대기발령이나 정직 등의 중징계를 당한 PD만 여섯 명, 빈 자리는 파업 기간에 채용된 시용PD들로 채워졌다.

이번 사태는 시용PD들이 배연규 <PD수첩> 팀장의 지시에 따라 외부 작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PD수첩> 작가들은 "당사자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정기 개편 시기도 아닌 상태에서 명백한 이유 없이 해고됐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팀장과 제작국장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배연규 팀장은 "파업 전 작가들 모두를 퇴출 시킬 것"이라며 "국장의 뜻"이라고 밝혔고,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작가 전체를 퇴출하는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구성작가협의회는 이번 사태를 "<PD수첩> 죽이기의 절정"으로 보고, "<PD수첩> 작가 해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방송구성작가 회원 70명이 "<PD수첩> 빈자리에 와서는 일하지 않겠다"는 거부 선언을 한 데 이어, KBS와 SBS, EBS 등 방송 4사 작가 모두를 대상으로 거부 선언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영혼 없는 부역 작가 되기를 거부한다"며 김재철 사장에게 "분위기 쇄신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전원 축출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PD들에 대한 통제와 억압만으로 부족해 작가들의 비판정신까지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승호 "영혼 없는 제작진 만들려는 의도"

<PD수첩> 제작진 역시 현 작가진을 해고하고 대체 작가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최승호 PD는 "이번 사태는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에 제작진을 다 몰아내고 아이템 통제하고 불방시키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다가 작가들마저 쫓아냄으로써 <PD수첩> 제작진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혼 없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 PD는 김현종 국장에게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까지 욕보이고 갈가리 찢어놓으려고 하는 저의가 어디 있느냐"며 "그렇게까지 김 사장에게 충성하고 정권에 추파를 보내는 게 옳은 일인지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런 본심을 감춰둔 채 작가를 퇴출 시킨 것은 인간으로 할 도리가 아니"라며 "정말 <PD수첩>을 없애고 싶다고 얘기를 해주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PD와 <PD수첩> 제작진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번 사태를 작가들과 함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에 반발해 기자회견에 함께 한 제작진들 ⓒ프레시안(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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