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산재 인정 여성 노동자 "다시 일하고 싶어요"

성희롱 문제제기 했다고 해고…가해자는 여전히 근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처음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여성 노동자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9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여성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김영희(가명·46) 씨는 지난 25일 성희롱으로 인한 적응장애,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성희롱 피해와 관련해 항의하다가 지난해 9월 해고당했다. 가해자들은 상호만 바뀐 업체에서 여전히 근무 중이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해자는 일하고 피해자는 해고되어 거리에서 농성하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정부와 현대자동차에 해결책을 촉구했다.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비정규직 문제, 여성 노동자의 인권 박탈, 직장 내 성희롱 문제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사건"이라며 "이 싸움의 끝은 피해자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수정 피해자 대리인은 "여성노동부 앞에서 180일이 넘는 천막 농성, 민·형사 소송, 국가인권위에 진정, 산재 신청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고 말했다. 권 대리인은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5년이 걸린다고 한다"면서 "그때까지 일하고 있는 가해자를 지켜봐야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프레시안(이진경)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사건처럼 노동자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쉽게 해고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규직 사내하청'"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비정규직에 관한 해결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는 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산재 인정이 되었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다"며 "피해자가 진정 원했던 원직 복직과 가해자 처벌, 모두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가해자들에게 권고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가해자들에게 각각 300만 원, 6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주최 측은 "지난 18일, 국가인권위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했다"면서 "장관은 '우리가 할 일이 없다, 법적 한계가 많다'라고만 반복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피해자가 여성가족부 장관과 면담을 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건물을 방문했으나,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9일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희롱 피해자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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