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25일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김영희(가명·46)씨가 낸 산재 요양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공단은 "성희롱 등 직장 내 문제 때문에 김 씨가 불면, 우울, 불안 증상을 받은 것으로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산재를 승인한 이유를 밝혔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현대차 아산공장의 하청업체인 금양물류에서 14년간 일했던 김 씨는 2009년 4월 회사 간부 2명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김 씨에게 "우리 둘이 자고 나서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 "간밤에 힘 좀 썼더니 오늘은 기운이 달린다", "나는 밤새 해도 끄떡없다"며 상시로 욕설과 음담패설을 했다. 사건이 공론화 된 후에는 전화로 "밤길 조심하라"고 협박도 했다.
견디다 못한 김 씨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가해자에게 각각 300만 원과 600만 원, 금양물류 대표에게 900만 원을 배상하라는 권고안을 냈다. 그러나 금양물류 측은 김 씨를 도리어 '풍기문란죄'로 해고하고 폐업 신고를 냈다. 금양물류 소속 직원들은 A씨를 제외하고 전원 고용승계돼 또 다른 업체인 형진기업으로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일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성희롱도 억울한데, 돌아온 건 해고")
이번 결정으로 김 씨는 병원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성희롱을 문제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상태여서 '복직'이라는 과제가 또 다른 숙제로 남았다.
김 씨는 "이런 일(성희롱 등 문제가 되는 일)이 생기면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업주만 갈아치운다"며 "원청 관리자들이 하청업체 바지사장으로 들어가고, 원청의 지시 없이는 폐업 신고는 절대 못 이뤄진다"고 말했었다. 김 씨는 현재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170여 일째 여성가족부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국제민주연대 등은 "글로벌 기업 현대자동차가 생산 현장에서 발생한 성희롱을 묵과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제 단체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현대차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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