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등 북한전문가들은 경제개혁과 미국과의 관계개선 등을 위해 병력 감축의 필요성은 있으나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1백20만명의 인민군 병력을 남한 수준인 70만명으로 감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민군의 복무 기간을 현재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지원제를 병역의무제(징병제)로 전환해 실시중이라는 관측도 함께 나와 관계 당국이 진위 파악에 나섰다.
이같은 사실은 독일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교수 S씨가 지난 달 19-21일 이탈리아 코모에서 열린 '한반도 에너지 복구와 통합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북측 인사들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다. 이탈리아 외무부가 주관한 이 국제회의에는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KNPC) 관계자 등 12명이 참석했고 국내 학자 3명도 자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일본의 교도통신은 지난 7일 모스크바발로 "북한이 남한과의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집중시켰던 부대의 임전태세를 완화하고 2만-5만명의 병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박사는 북한에 병력 감축의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사일 외에는 현대식 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은 병력 수로 이같은 약점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병력 감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군 병력 감축 등 군축과 관련된 사항은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 이용될 수 있는 긴요한 카드라는 점에서 일방적 병력 감축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경제개혁 등을 위해서라도 병력 감축은 필요한 조치라며 "아마 북한은 실제 병력 감축보다는 복무 연한 감축을 통해 병력 감축 효과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지 지도를 통해 북한가정의 실태를 보고 나서 군 복무연한 감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가장이 30대 초반인 가정의 자녀가 대부분 갓난아이라는 점에서 인구학적 문제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북한 남성이 20대 대부분을 군대에서 보내다 보니 결혼 연령이 늦어져 출산이 늦어지고 이에 따라 인구 증가가 지체되고 것이다. 또 대학 등의 인재 양성 차원에서도 장기 군 복무가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명목상 지원병 제도이기는 하지만 예ㆍ체능 특기자와 과학영재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7세경에 군에 입대, 10년간 복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에서는 일반 병과의 경우 6년, 특수병과의 경우 7-8년으로 군복무 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약 10-20%의 병력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들 인력을 산업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검토단계일 뿐 언제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으며 설사 현실화된다 해도 미국와의 협상카드로 이용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한편 국방연구원의 서주석 박사도 "북한의 일방적 감군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재래식 병력 감축의 필요성은 있으나 그 현실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50만 감군설이 제기된 이탈리아 국제회의에 참석한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KNPC)는 외무성 소속이라면서 북한 군의 특수한 위치에 비추어 외무성 관리의 군사 관련 발언은 책임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50만 감군설을 들었다는 S 교수는 베를린자유대학 소속의 서병문 교수로 알려졌는데 서 교수는 북한 전공자이기는 하지만 군사전문가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발언도 술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 박사는 그러나 켈리 특사의 방북 이후 잇따라 '재래식 병력 감축설'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북한이 미국 등 외부세계를 향해 군축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애들벌룬'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향후 북미 협상 과정 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