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야근에 폐 잘라낸 개발자…창조경제는 어디에?

장하나 "창조경제 허상 속에 죽어가는 IT 노동자들"

IT 산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 경제'는 실현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4일 논평을 내고 "IT 산업은 21세기의 저임금 노동 집약적 제조업"이라며 "'창조 경제'라는 허상 속에 박근혜 정부가 언급한 IT 산업의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농협정보시스템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일한 IT 개발자 양 모 씨의 사례를 들었다. 3년간 무려 4525시간을 초과 노동했던 양 씨는 살인적인 야근에 시달리다 폐결핵으로 폐의 상당 부분을 잘라냈다. (☞ 관련 기사 : "사람 잡는 야근…폐 잘라낸 SI개발자")

3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달 법원은 양 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지만, 야근 시간은 3분의 1 수준인 1427시간만을 인정했다. 무임금 초과 노동이 관행인 IT 업계에서 야근 기록 등의 출퇴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실제로 IT 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하 IT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 IT 노동자들은 평균 주당 61.7시간, 연간 3000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저임금·다단계 하도급 상황도 심각하다. 장 의원은 "IT 대기업–중소 업체–인력 파견 업체로 이어지는 하도급 구조는 '갑을병정무기경신…' 식으로 많게는 8차까지 내려간다"며 "개발자의 손에는 원래 보수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정도만 돌아가고, IT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IT 산업에는 저임금·장시간 노동, 불법 하도급 등 박정희식 경제 모델의 모순이 집약돼 있다"며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털단지로, 가리봉공단이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노동 현실은 1970년대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IT 산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창조 경제'는 불가능하다"며 "IT 업계에 대한 근로 감독을 노동부에 요구하고, 불법 하도급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 철학인 '창조 경제'는 그 개념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당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조차 개념을 정립하지 못하자, 지난 3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까지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 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2009년 5월 29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09 IT·SW잡페어'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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