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자영업자, '롯데와의 전쟁' 돌입

소주 '처음처럼', '칠성사이다' 등 판매 거부

200만 자영업자가 롯데그룹의 모든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국내 최대 유통재벌인 롯데가 대형마트 사업에서 횡포를 부리고 신용카드 수수료 체제 개편에도 미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비판대상은 롯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자영업자들은 롯데를 시작으로 홈플러스, 이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동네슈퍼 등 영세 유통업자들이 주축인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운동은 음식점, 숙박업 등 80여 소상공인 단체 회원 200만 명과 함께 16일부터 롯데그룹 제품을 무기한 불매하는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롯데그룹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자영업자의 요구를 체인스토어협회와 대형마트가 거부해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하게 됐다"면서 "이 운동은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생존권 문제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불매운동 돌입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60만 곳에 달하는 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 음식점 등이 롯데의 주력 위스키인 '스카치블루', 주력 소주인 '처음처럼', 수입맥주인 '아사히맥주'를 팔지 않기로 했다. 롯데칠성 주류는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동네슈퍼 등은 생수 '아이시스',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실론티', '2%', '옥수수수염차' 등 롯데칠성음료 제품의 판매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롯데제과, 롯데리아 등도 불매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이들 단체는 회원 가족과 함께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롯데빅마켓, 롯데슈퍼 등의 이용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 회원 가족을 모두 합하면, 6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벌 가운데 유독 롯데가 '미운털'이 박힌 데는 이유가 있다. 롯데그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준수,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 등에 대한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프렌차이즈 방식의 편법을 통해 지금도 계속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중소기업상생법 때문에 롯데마트 추가 출점이 어려워지자 직영점 형태의 출점을 포기하고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해 골목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

자영업자들이 시작한 '롯데와의 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성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