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권 전 총리 "사르코지 대선 자금 지원했다" 파문

프랑스 대선에 '쐐기'…중도파 바이루 후보도 '올랑드 지지'

지난해 전복된 리비아의 카다피 체제 인사가 2007년 프랑스 대선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카다피 정권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사르코지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 후보를 중심으로 결합한 진보진영에는 중도파까지 가세하는 반면 사르코지는 보수·극우 진영 공략에 별다른 성과를 못 거두면서 지지율을 만회할 카드가 없는 형편이다.

3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카파티 정권에서 총리를 지내다 지난해 튀니지에서 체포된 알 마흐무디 전 총리의 변호사 베키르 에세드는 "카다피 정권 및 알 마흐무디와 함께 일한 관리들이 2007년 사르코지의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며 그 액수가 약 5000만 유로(약 750억원)이라는 주장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지난 3월 사르코지의 자금수수 의혹을 처음 보도했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리비아 정부의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사르코지와 카다피 측 인사 일부가 문건이 가짜라고 주장했지만, 카다피 체제의 핵심 인사였던 전직 총리가 이를 시인하고 나선 것이다.

마흐무디 전 총리의 또 다른 변호인 마브루크 쿠르치드 역시 에세드 변호사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마흐무디는 자신이 튀니지에서 체포된 배후에 자금 수수의 내막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는 사르코지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쿠르치드 변호사는 덧붙였다.

오는 6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에게 지지율이 약 6%p 뒤쳐지는 사르코지에게 마흐무드 전 총리의 자금수수설 인정 발언은 선거 승패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 3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에서 연설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 그는 카다피 정권 자금수수설과 극우정당의 외면으로 6일 치러질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도 바이루 후보 "올랑드 지지"

사르코지는 지난 1일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당수 마린 르펜이 "기권할 거"이라고 밝혀 지지율 반등에 필수적인 극우 지지자들의 표를 상당수 잃은 상태다. 여기에 1차 투표에서 9.1%를 득표했던 중도정당 민주운동의 프랑수와 바이루 후보마저 올랑드 지지를 선언하면서 또 한번의 쐐기를 박게 됐다.

3일 <BBC>에 따르면 1990년대 사르코지와 함께 우파 내각에서 일하기도 했던 바이루는 이날 "나는 개인적으로 프랑스와 올랑드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르코지에 대해 "우리의 가장 뿌리깊고 가장 소중한 믿음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우에 구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르펜도 이날 "사르코지가 진작에 두들겨 맞음으로써 선거는 끝났다"고 말해 사실상 사르코지의 패배를 선언했다. 르펜과 바이루는 각각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 자유 투표를 권했지만 사실상 반(反) 사르코지 투표를 권한 셈이다.

사르코지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시청한 2일 후보 토론회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르코지는 토론회에서 올랑드의 경제 공약이 프랑스를 스페인이나 그리스 신세로 만들 것이라고 공격했지만, 올랑가가 적극 반격하면서 토론회 뒤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그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막판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르코지 진영과 방심을 경계하는 올랑드 진영의 유세전은 4일 자정 종료된다. 결선투표는 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프랑스 전역 6만5000 투표소에서 실시되며,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 마감 직후 공표된다. 하지만 지난달 1차 투표 때처럼 SNS나 온라인 기사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가 미리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예상대로 이번 대선이 올랑드의 승리로 끝난다면 사회당은 1995년 프랑수와 미테랑 이후 17년만에 다시 대통령을 배출하게 되는 반면, 사르코지는 1981년 발레리 지스카드 데스탱 이후 약 30년 만에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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