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시공사, 결국 구럼비 바위 깨트렸다

청문회 하루 앞서 기습 발파…트위터에선 삼성카드 불매 운동

제주 해군기지 사업단이 19일 오후 구럼비 바위에 대한 첫 발파를 기습적으로 강행했다. 제주도 측의 공사 정치처분과 관련한 해군과의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벌인 이같은 행위에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 역시 결집되는 양상이다.

강정마을 활동가와 현지 언론 <제주의소리> 등에 따르면 해군기지 시공사는 이날 오후 6시 5분 경 해군기지 시공사는 강정항에서 동쪽으로 100미터 떨어진 구럼비 노출암 너럭바위에서 처음으로 발파를 감행했다. 지난 6일 시작된 발파 작업은 지금까지 구럼비 해안 위쪽의 케이슨 제작장 부지에서 진행되어 왔다.

▲ 19일 오후 6시5분께 해군측이 제주기지 부지 내 구럼비 해안 노출암(너럭바위)에서 발파작업을 진행, 연기 속에서 바위가 폭파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발파는 해군기지 제1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20일 적출장 부지에서 첫 발파를 하겠다고 예고한 것보다 하루 앞서 이뤄졌다. 시공사 측는 오후 5시 55분경에도 적출장 부근 수중에서 2차례 발파를 한 것을 포함해 이날 1시간 남짓 총 11차례의 폭파를 감행했다. 강정마을의 한 활동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수중 발파는 바다에 가장 가깝게 붙어 있는 바위 쪽에서 벌어졌다"고 말했다.

▲ 19일 오후 해군측이 제주기지 부지 내 구럼비 해안에서 발파를 진행한 가운데 수중에서 발파한 화약이 터지면서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사업단의 기습 발파는 20일 오후 제주도청에서 열리는 해군에 대한 제주도의 청문회를 앞두고 벌어져 논란을 자초했다. 제주도는 해군기지의 입항 조건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공사가 진행되면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군 사업단은 보란 듯이 발파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구럼비 바위가 한 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발파 중단을 요구하던 여론도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관련 삼성카드 사용금지 운동이 벌어졌고, 몇몇 상점들도 삼성카드 결재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발파용 화약을 실은 차량의 수송을 막기 위해 활동가들이 PVC 파이프에 손을 끼워 넣고 인간띠를 만들어 저항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경찰이 망치를 동원해 파이프를 깨트리고 연행하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으면서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항의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 발파에 대해 항의할 예정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오후 2시 청문회가 열리는 제주도청을 방문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비공개로 이뤄질 계획이어서 주민들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또 시공사 측이 발파 작업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화약 운송을 막으려는 활동가들의 노력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여 경찰과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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