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본부 부곡기관차지부 허광만 전 지부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사망 당일 11시 40분경 지인과 통화 중 "고마웠다"는 말을 남겼고, 이를 이상히 여긴 노조 조합원들이 12시 55분께 집을 찾아 갔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허 전 지부장은 1994년에 철도에 입사해 기관사로 일해 오다 2009년 부곡기관차지부 지부장을 지냈다. 그해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단체협약 해지에 반발해 파업에 들어갔고, 허 전 지부장은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허 전 지부장은 올해부터 '해고로 인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진단받았다가 결국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측은 "고인은 해고 이후에도 복직 투쟁에 앞장서 왔고, 철도 안전을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와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의 대책 없는 인력감축에 맞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워왔다"고 회고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고인의 죽음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철도본부 파업 당시, 철도공사는 파업 참가자 1만2000여 명을 징계하고 200여 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이명박 정부와 허준영 사장은 노조파업에 대한 경영진의 이러한 강경 대처를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로 선정해 널리 홍보했다"며 분노했다.
노조는 이어 "파업은 청와대와 사측이 기획하고 주도했다"며 그 근거로 파업 직후인 2009년 말 철도공사의 '파업 유도 문건'이 발견된 것을 들었다. 또한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철도노조의 당시 파업에 대해 국방부가 "합법파업 시 정부 대체수단 지원은 명백한 정부 개입으로, 정부(군)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들었다. 청와대가 철도 파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조는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일상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잇따르는 죽음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해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민간기업에서, 공공기관에까지 정부와 자본에 의한 타살이라는 비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과 허준영 사장은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시 해고 등 징계 노동자들을 원상 회복시키고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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