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개성공단 가동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9년이 넘은 상황에서 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이들의 피해에 사과하며, 공단 재가동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개성공단기업협회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정 장관은 "개성이 열려 있었으면 지금 한반도 상황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개성이 막히면서 평화의 혈관이 막힌 것"이라며 "대표님들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 정부가 책임을 다 못한 것이다. 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공단 기업인들을 상대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어 그해 2월 7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발사 등에 대한 조치로 박근혜 정부가 2월 10일 가동 중단을 선언하며 가동된 지 11년 3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현재까지 재가동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장관은 기업인들에게 "한때 보람도 있으셨지만 너무 큰 피해를 입으셨고 물질적·정신적 여러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아 계실 것"이라면서도 "이제 이재명 정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다시 희망 만들기를 시작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이 다시 열리는 날, 개성 평화 도시의 비전이 다시 펼쳐지는 날 한반도의 운명은 다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20년 전에 개성공단의 그 꿈은 한때 좌절을 겪었지만 이를 되살리는 작업을 우리 조경주 회장을 필두로 해서 기업인 대표님들과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시 걸음을 시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경주 (사)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 공단이 막힌 지가 내년 2월이면 벌써 10년 차"라며 "이번에 미국과 북한, 또 저희가 개입을 해서 공단 재개할 수 있도록 특별히 부탁드리면서 평화의 공간이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사)개성공단기업협회 문창섭 고문은 "공단이 문을 닫은 뒤 베트남에 투자했는데 개성만큼 경쟁력이 있는 곳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노동자들의) 솜씨는 다 똑같지만 언어 소통이 (되니)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라며 북한 노동자들과 베트남 노동자들 간 언어에 따른 차이가 업무에도 연결이 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신한용 기업협회 고문은 "문정인 교수님 등을 뵐 기회가 있었는데 개성공단의 앞날을 밝게 보지 않더라. 정 장관님이 (공단과 관련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고, 애쓸 것이라는 건 알지만 공단을 다시 열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라며 "이런 분들도 쉽지 않다고 하는 상황이라서 국민 여론, 인식을 환기시키고 전환시킬 모종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정 장관은 "신발 끈 동여 매고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이날 면담에는 기업협회 회장을 포함해 박용만·성현상 부회장, 문창섭·김학권·이재철·유동옥 고문 등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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