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도록 장내에서 주식을 강제 매각하는 식의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론스타는 5조 원 이상의 이득을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아무런 조건 없이' "6개월 내 매각" 결정
금융위원회는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한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지분 10%를 초과하는 41%를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명령 이행기간은 2012년 5월 18일까지다. 매각 이행 기간을 법정 한도인 6개월을 부과한 것은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금융위는 론스타가 초과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을 특정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처분명령 제도의 목적은 대주주로서의 부적격상태를 해소하라는 것"이라며 "처분방식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은행 대주주만 될 수 없도록 하면 제도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밝혔다.
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은 "시장 내 처분과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면 주가 하락에 따른 외환은행 소액주주의 재산 피해가 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산업자본이라면 4%를 초과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는 "추후 비금융주력자로 판단되면 6%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도록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론스타가 거둘 수익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지급한 원금이 2조1549억 원임을 감안하면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투자금의 2배를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지난 7월 하나금융지주와 맺은 론지분 인수 계약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 51%를 4조 4000억 원, 주당 1만4000원에 가까운 가격에 사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7900원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계약대로라면 70%가까운 프리미엄을 얻게된다.
"론스타의 산업 자본 해당 여부 판단하지 않아, 위법"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경영권이 박탈됐는데도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성명을 내고 "징벌적 성격이 가미되지 않은 매각명령은 불법적인 특혜"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위가 '론스타가 산업 자본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채 서둘러 매각 결정을 내렸다며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론스타에 대한 산업자본 해당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므로 금융위 결정은 원천무효"라며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관료를 국민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산업자본 심사 여부부터 판단해 순리적으로 풀어야 했다"며 "매각방법, 매각기한 등에서 론스타에 매우 유리한 결정으로 앞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추가 근거자료가 폭로된 상황에서 이를 얼버무린 채 강행된 금융위의 매각명령은, 명백한 위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한국을 떠날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는 론스타에게 고가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번 '매각명령'은 론스타와 론스타 지분을 매입하기로 한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특혜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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