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지지 못 끌어내는 민주당 486은 바보"

[인터뷰] 문용식 나우콤 사장 "MB정부, 70년대 촌스런 이발소 그림 같다"

1992년 출범한 나우콤은 지금도 팬층이 남아 있는 피시(PC)통신 서비스의 대명사 나우누리, 일인방송 시대를 연 아프리카, 웹하드 서비스 사이트 클럽박스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서비스업체다.

지난 20년 간 나우콤의 대주주는 다섯 번이나 바뀌었고, 그 중 세 곳은 부도가 났다. PC통신 시대가 유선 인터넷, 모바일 시대로 급격히 변했다. 외부 환경도 회사에 위기를 불러왔다. 2008년 촛불집회가 전국을 밝힐 때 문용식 나우콤 사장은 옥고를 치러야 했다.

숱한 위기가 왔지만 나우콤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 벤처 1세대 기업으로서는 경이적인 일이다. 문 사장이 스스로 말하는 대로 나우콤은 인터넷의 '선사시대부터 생존해 온 회사'다.


'학생운동의 전설'에서 '벤처 신화'의 대명사가 된 문 사장이 책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를 펴냈다. 책에서 문 사장은 자긍심으로 채운 지난 이십여 년의 격동기를 풀어 놓았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가 문 사장을 만나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들었다. 문 사장은 "표현의 자유를 정부가 보장해줘야 하고, 콘텐츠 생산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저작권 수익 분배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고민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두고 "바보들"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저작권법과 전기통신법 등으로 대표되는 규제를 이용해 여전히 "정부가 기업을 정치적으로 억압한다"고 문 사장은 강조했다.

문 사장은 지난해 화제가 됐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의 설전, 촛불집회 당시 옥고를 치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아프리카TV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를 얘기할 때는 자부심에 기운이 넘쳐 흘렀고, 주주보다 직원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확신은 단호했다. 문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2일 오후 <프레시안> 본사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문용식 나우콤 사장. 문 사장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이론가로 명성을 떨쳤다. '깃발 사건' 등 세 차례의 사건으로 인해 20대의 5년 1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서른이 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우콤의 전신 BNK를 창립해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가가 됐다. ⓒ프레시안(최형락)

"표현의 자유, 정치권이 억압하면 안 돼"

문 사장은 촛불집회 당시인 2008년 6월 17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영화인협의회는 나우콤(피디박스, 클럽박스)을 비롯한 8개 업체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나우콤이 불법행위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됐고, 아프리카TV가 촛불집회를 확산시킨 주요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문 사장의 구속기소가 "정치적 탄압"이라는 여론이 커졌다.


지난 2006년 정식 서비스 된 일인 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중계하고, 시청자들은 무료로 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TV는 2008년 촛불집회 당시 큰 화제를 낳았다.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한 그해 6월 10일 아프리카TV에는 1357개의 촛불집회 생중계 방송이 켜져 있었다.

-구속 당시 얘기부터 해 보죠. 저작권 위반 빌미로 구속됐잖아요. 그걸로 끝나진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세무조사 당했죠. 한달 반 살고 보석으로 출소하고 나니까 금융감독원이 곧바로 한달 간 특별조사 들어오더라고요. 이거 끝나니까 11월, 12월에는 또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와요. 정부가 특정 기업을 죽이려고 작정한 거죠. 세무조사 나오는 반장이 사전조사자료를 이만큼 들고 나오면서 속으로 '이 회사 망하겠네'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조사해도 털 게 없으니까 정부도 포기했죠."

-인터넷 문화라는 게 표현의 자유를 끌어올리는 건데, 정부는….
"엄청난 제약을 하고 있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보시나요?
"정부가 인터넷을 규제하는 두 가지 큰 축이 저작권하고 표현의 자유잖아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인터넷실명제는 대표적인 악법입니다. 전기통신기본법도 그렇죠. 지금도 당사자가 명예훼손 주장하면 바로 블라인드 처리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이런 규제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만 역차별당하고 있죠. 구글, 유튜브에서는 아무 문제가 안 되는 게 한국 사업자가 하는 서비스는 제약 받아요. 말이 안 되는 전근대적인 규제죠."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죠. 수사기관에서 개인정보공개요청을 하잖아요. 이게 무지막지해요.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대한민국에 수사기관이 얼마나 많아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도 사법경찰 있잖아요. 이런 조사권한 있는 모든 곳에서 '수사상 필요하다'고 말만 붙이면 개인정보 다 볼 수 있어요. 국가가 개인 위에 군림하면 안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걸 법원 판단으로 허가 받도록 했어요. 특정한 중요 사건에 한해서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을 둬야죠."

-표현의 자유가 무한보장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을 텐데요. 성인방송이나 기타 잔혹한 장면을 상영하는 방송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게 우려되지 않습니까?
"처음 우리가 아프리카를 베타테스트할 때, 온갖 포르노 방송이 다 나왔어요. 이걸 6개월 동안 계속 차단시켰죠. 결국 전쟁에서 이겼습니다. '여기서 더 해봤자 효과도 없고, 쫓겨나기만 하는구나' 하는 걸 사람들이 깨달은 거죠.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통념적인 기준을 넘어서는 걸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인터넷 환경 맞는 저작권법 개정 필요

-저작권 얘기도 해 보죠. 문 사장께서는 현재 저작권법도 문제가 많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는 저작권 문제를 형사법으로 다루잖아요. 범죄로 보죠. 우리나라 저작권법을 미국에 적용하면 유튜브 관계자들은 아마 종신형 살아야 될 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저작권 문제를 민사 차원에서 사업자끼리 합의로 해결하도록 해요. 합의가 안되면 손해배상으로 가는 거지, 저처럼 구속될 일이 없죠.
그리고 지금 저작권이 인터넷 시대에 맞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말로 아날로그 시대에나 맞는 거죠."

-어떻게 다른 겁니까? 디지털 시대와 아날로그 시대 저작권이.
"아날로그 시대에는 콘텐츠 창작물이 희소하잖아요. 또 콘텐츠와 미디어 플랫폼은 결합돼 있지요. 책은 종이로, 영화는 극장에서 소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디지털은 이걸 완전히 수평적으로 해체해버립니다.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독서, 음악감상, 영화감상이 다 된다고요. 이게 특히 네트워크에 올라타면 코스트 한 푼도 안 들이고 무한 전송이 가능하죠. 근본적으로 아날로그 시대와는 콘텐츠의 성격이 달라졌어요. 당연히 새 법이 필요하죠."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피부로 와 닿지 않는데요.
"지상파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500원 주고 다운 받았다고 합시다. 이거 인코딩해서 지하철에서 아이폰으로 보면 불법이에요. 다운받은 파일은 PC에서만 보라는 거예요. 지금 저작권법 하에서는 모든 국민이 범법자입니다."

-카피레프트(지적창작물의 저작권을 자유롭게 공유하자는 운동) 운동 어떻게 보세요? 스웨덴에서는 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해적당이 의회에까지 진출했습니다.
"그 문제의식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지식과 정보는 인류의 지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소수에게 독점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면 좋죠. 여기에 동참해서 공개소프트웨어를 만든다든가, 저작물의 자유로운 공유를 허용한다든가 하는 자발적인 움직이 생겨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모든 저작물을 카피레프트 틀 안에서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카피라이트의 보호 체계에 대한 발상을 바꿔서 일정부분 창작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도 해주면서, 저작물의 자유로운 문화향유도 촉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시대에 맞게 저작권법을 바꾸자는 뜻은 알겠습니다. 그러면 콘텐츠 창작자의 저작권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합니까? 문 사장의 말 대로면 영화제작자, 음악제작자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유튜브에 하루에 올라오는 동영상 파일의 분량이 지상파 방송 1년 분량이랍니다. 이제 발상을 바꿔야 할 때죠.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더 편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 어떻게 하면 콘텐츠 생산자에게 적정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식으로요. 지금 중요한 건 얼터너티브 콤펜세이션 시스템(ACS, Alternative Compensation System)을 마련하는 겁니다. 대안적 보상체계지요. 소비자가 직접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 이외의 대안적 체계를 만들자는 겁니다."

▲ ⓒ프레시안(최형락)
-ACS가 뭔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저작권자가 소비자한테 건마다 돈을 받지 말고, 중간에서 혜택을 보는 곳에 돈을 받자는 겁니다. 인터넷 콘텐츠가 활용될수록 돈을 버는 회사가 있을 거 아닙니까? 컴퓨터 팔리고, 스마트폰 팔리고, 통신회사도 돈 벌고요. 다음, 네이버, 아프리카 같은 서비스 회사도 돈 벌죠.


이런 곳에서 '디지털 문화 기금' 같은 식으로 돈을 떼는 겁니다. 이 재원으로 저작권자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주면 됩니다. 인터넷에서는 디지털 사용에 관한 모든 기록이 남거든요. '이번 달에는 이효리 노래가 몇 회 정도 쓰였다'하는 걸 전부 기록할 수 있어요. 노래방이 인기곡에 따라서 저작권료 배분해 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별도의 기관 만들고, 그곳에서 각종 소송과 중재를 전담하는 식으로 가면 됩니다."

-콘텐츠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자?
"그렇죠. 저는 이것을 문화향유 개념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봐요. 보호하는 게 아니라, 더 널리 즐길 수 있도록 법이 뒷받침해주자는 겁니다."
저는 장담컨대, 이런 문제만 잘 해결할 수 있으면 정말 우리나라가 세계 지식문화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봅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우리 디지털 문화가 가장 앞서 있잖아요."

-정말 그렇게 우리나라 IT 수준이 높나요?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데 미국 등에 비해 천문학적으로 시간이 지체됐다고들 하는데요. 우리나라 IT산업의 현위치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인프라에서는 최고입니다. 요즘 화제인 페이스북, 이거 우리 5년 전에 싸이월드에서 한 거죠. 그만큼 앞서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2, 3년 동안 지체된 거죠.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요.
삼성, SK텔레콤, 이런 대기업에서 독점적 횡포로 시장 변화를 가로막은 거죠. 아이폰이 대표적 사례인데, 막다가 결국 한번 물꼬가 트이니까 봇물이 터지잖아요. 좋게 보면 다시 얼마든지 추격 가능해요. 그만큼 우리나라 IT 산업 잠재력은 뛰어나요. 한국 소비자만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얼리어답터들이 없어요."



"이명박 정부는 손목 비틀고, 386 의원은 바보야"

문 대표의 주장은 거침이 없었다. 주요 사안들에 대한 생각은 명확했고, 대안 제시도 명쾌했다. 문 대표는 저작권법을 더 과거 회귀적으로 만든 주체가 정치권, 특히 개혁진영의 386 의원들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 대표 말을 정리하면, 새로운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데 정치권의 힘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이런 업계의 입장을 총대 메고 나서줄 사람이 정치권에 있습니까?
"안 보이네요. 지금의 저작권 문제를 더 아날로그 시대로 개악, 개정한 때가 2007년이에요. 주도한 곳이 당시 열린우리당이었고, 지역구 초선 386 의원들이었어요."

-왜 그랬을까요?
"시대 흐름을 못 본 거죠. 전 우리나라 정치인 대부분이 뭐가 개혁이고 뭐가 진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정략적으로만 봐도 그래요. 정치하는 사람들 목표가 자기 편 많이 만드는 거잖아요. 이게 산업에도 적용돼요. 미국 같으면 공화당 지지하는 산업, 민주당 지지하는 산업이 딱 나뉘어요. 군수산업, 석유산업은 공화당 지지하고, 월스트리트 금융권,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는 민주당 지지한다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통칭 진보로 분류되는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자기 산업적 지지기반 만들 수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항상 개혁파가 소수죠. 우리나라 미래는 결국 이쪽 산업(IT 및 지식문화 산업)과 여기 종사자들에게서 나오는데, 충분히 자기 편 만들 수 있으면서도 못 하죠. 한 마디로 바보들 같아요."

-미국은 업종에 따라 지지정당도 나뉜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기업의 절대다수는 보수쪽 성향인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일어난다고 보세요?
"당장 저희를 보세요. 이명박 정부한테 잘못 찍혔다가 큰일 치렀잖아요. 국가가 권력을 갖고 정치적 목적으로 기업을 옥죄는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기업인들이 무서워하는 거예요."

-기업하시는 분들 중에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분도 계시지만 그걸 못 한다, 이런 말씀인가요?
"네. 상대적으로 IT 업종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있죠."

▲ ⓒ프레시안(최형락)
-혹시 이런 분위기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때와 지금이 또 다릅니까?
"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아마 상당히들 느낄 것 같아요. 암묵적으로 손목 비틀기 하는 70년대 시절로 돌아갔잖아요. 이명박 정부 하는 걸 보면 딱 70년대 이발소 안에 걸려 있는 촌스러운 풍경 그림 있죠? 그 그림 같아요. 우스꽝스러운 풍경화요. 그 촌스러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어요."

-아까 민주당보고 바보라고 하셨는데, 그쪽에 더 제안하실 게 있나요?
"제가 강조하는 건 아까 말한 두 가지예요. 표현의 자유 지켜주고, 저작권 문제 해결해달라는 겁니다. 범 개혁진영에서 산업현장 고충을 풀어줘야 하는데, 풀기는커녕 개악만 하니까 답답하네요."

-IT산업 일으키는데 국민의 정부가 많은 공헌을 했다고들 하는데, 민주당은 그 뒤로 깊이 공부를 안 한 모양이죠?
"의원들이 문제죠. 386 의원들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안 해요."

"노조 만들어라"는 사장

자연스럽게 트위터의 설전이 화제로 올라왔다. 이를 핑계로 문 사장의 기업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문 사장은 노조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새 기업환경에 맞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거침 없이 밝혔다.

-이제 트위터 얘길 해 보죠. 문 대표가 촛불집회 이후 다시 이름이 알려진 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의 트위터 설전입니다. 지겨우시겠지만 다시 한번 당시 얘길 들어보죠. 그 때는 우발적이었던 겁니까?
"욱해서 제가 먼저 잽을 던졌죠. 피할 줄 알았는데 (안 피해서) 커지더라고요. (웃음) 제가 화 난 이유가 있어요. 신세계가 대한민국 열 손가락 가는 재벌이잖아요. 그런데 거기 오너란 사람이 자기들 정규직 직원들한테 이렇게 복지후생 챙겨준다는, 완전히 자기 자랑하는 트윗을 날린 거예요.
재벌 기업 사람들 좋은 성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대졸초봉이 연봉 3천 몇백씩 받고 좋은 대우 받아요. 자기들 그렇게 일할 때 90%의 중소기업, 하청업체 비정규직 사람들은 생계가 불안하다고요. 이마트 매장 움직이는 사람도 다 파견 용역, 위탁업체 직원들이잖아요. 이마트에서 일하는 900명 비정규직 덕분에 신세계 100명 정규직이 떵떵거리면서 사는 겁니다. 그러면 신세계 오너는 어떻게 상생할까 고민해야지, 자기들끼리 잘 먹고 잘 사는 거 자랑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나우콤은 떳떳합니까? 비정규직 없습니까?
"예. 2003년에 1년 형태 계약직 직원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시켰어요. 지금 임시직은 있어요. 자택에서 전화받고 하는 모니터링 근무자들. 한 20명 정도 돼요."

-노조는 있나요?
"없어요. 만들어라고 하는데 안 만드네요."

-만들라고 사장이 지시했다고요?
"노조가 있으면 편한 게 있거든요. 대화만 잘 되면 직원들 고충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요. 다만 저도 한 가지 주문한 건 있어요. IT산업에서 노동이라는 게 결국 지식노동인데,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에게도 두 가지 속성이 있다고 봐요. 월급 받는 노동자이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노동이 기업 부가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식자본가라고 봐요. 이런 환경에서 노조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 21세기에 맞는 노조상을 고민해봐라, 그리고 만들어라. 이렇게 주문했어요."

-책에서도 말씀하신 내용인데, 주주가 주인이라기보다는 직원이 주인이라는 말씀 같네요. 그런데 우리 사회 통념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시민운동 중 하나로 소액주주운동이 일어나는데, 이것 역시 바탕에는 주주자본주의가 깔려있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주주자본주의,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액주주운동은 긍정성이 분명 있죠. 대주주의 횡포가 너무 심하니까요. 회사의 가치 떨어뜨리고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행위는 분명 반대해야죠. 참여연대가 하는 소액주주운동은 기업 투명성 높이는 측면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렇지만 주주자본주의가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외환위기 이후에 너도나도 모든 기업이 경영방침으로 '주주 이익 극대화' 길로 갔잖아요. 그런데 전 그거 딱 보는 순간 '이게 무슨 경영방침이 될 수 있나' 싶더라고요. 회사가 잘 돼서 결과적으로 주주 이익도 극대화 될 수 있는 거지, 주주 이익만을 좇으면 안 돼요. 기업의 첫 번째는 고객이고, 직원도 주주보다 훨씬 중요해요."

-사주조합 하십니까?
"처음부터 우리사주조합 있었죠. 종업원들한테 주식 줬어요. 처음에는 조합에 30% 줬다가 지금은 다 개인적으로 나뉘었죠. 계속 증자하면서 지분율은 많이 떨어졌고요.
스톡옵션도 줍니다. 정관상 15%까지 줄 수 있는데, 이미 거의 다 줬어요. 코스닥에 상장하고 나니까 스톡옵션이 직원들 목돈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됐어요. 해마다 이익의 10%를 주식으로 주는데, 주면서 제가 '갖고 있어라'합니다. 그런데 다들 일년을 못 참고 팔더라고요. 안팔고 갖고 있었으면 연말마다 더블 되곤 하던데."
▲나우콤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아프리카TV. 촛불집회로 여론을 주도하는 새 힘으로까지 성장한 일인미디어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홈페이지 캡처

"젊은이들, 돈 좇지 말고 이름값 높여라"

-이제 마무리해야겠네요. 아프리카TV가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방송이나 신문 같은 올드미디어와 전혀 다른 뉴미디어 생태계가 만들어졌는데, 아프리카가 굉장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이게 동영상 방송이잖아요. 사람의 관심을 증폭시키는데 매우 강한 힘을 발휘해요. 흥분시키고 결집시키죠. 아프리카가 불 붙이면 이게 무수히 많은 온라인 카페, 블로그와 같은 개인미디어로 또 퍼져나가죠."

-지명도가 상당한데, 수익도 나나요?
"그럼요. 아프리카는 재작년부터 수익이 났어요. 작년에는 볼륨도 좀 커졌고요. 올해는 아프리카에서만 150억 원 정도 매출이 발생할 겁니다. 아프리카에는 세계 최초의 수익모델이 있어요.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 보면 자발적 구독료 개념이 있잖아요. 아프리카도 비슷합니다.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한테 시청자들이 감사의 표시로 '별풍선'이라는 선물을 줘요. 애플 앱스토어처럼 BJ가 7을 가져가고 저희 몫으로 3이 남습니다. 세계 최초의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수익모델이죠. 인기 있는 BJ 수십 명은 월 수입이 200만 원이 넘습니다."

-나우콤의 다음 먹거리는 뭡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모바일이잖아요. 모바일이라는 게 단순히 유선이 무선으로 바뀌는 걸로 끝나는 변화가 아니에요. 접목되는 시너지 효과가 유선의 열 배는 될 겁니다. 워낙 큰 변화가 일어나니 기존 유선에서 앞서나가던 강자들이라고 존속을 장담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됐어요.
나우콤은 두 가지 분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실시간성인데, 이게 아프리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아프리카가 모바일에서 업데이트, 확장이 가장 잘 되는 곳으로 성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유비쿼터스, 즉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우리가 세컨드라이브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새로운 것 하나를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직 비밀이고요."

-나이가 있으신데도 새로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을 텐데요.
"아이고…. 제가 하자는 대로 사업하거나 마케팅하면 우리 망해요. 우리 고객은 주축이 십대, 이십대인데 오십대인 제가 가진 감수성과 취향으로 사업하면 백전백패죠. 그래서 전 회사에서 발언권이 없어요. 젊은 직원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필터링만 하는 거죠."

-그 아이디어들 선택하는데도 식견이 필요할 텐데요.
"공부를 많이 하죠. 새로운 서비스들 많이 써 보고, 많은 미디어도 접하고, 해외 이런저런 트렌드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 만나서 얘기듣는 것도 중요한 공부고요. 이런 노력 없으면 안 되죠."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젊은이들에게 특히 하시고 싶은 말씀 한 마디만 해주십시오.
"외환위기 이후로 시대가 바뀌면서 직장인들도 돈바람이 든 것 같아요. 무작정 연봉 좇고, 몸값 올리기 위해서들 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우리 젊은 직장인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평초같이 떠돌아다닙니다. 저는 안타깝더라고요. 그렇게 돌아다녀도 돈은 절대 안 벌립니다. 그 시간에 이름값을 쌓아라, 그게 당신 성공의 방법이다. 이런 얘길 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