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정작 10월 20일자(437호) <네이처>의 목차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과기부가 "한국의 생명공학과 과학기술에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전한 그 기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설마 과기부와 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라도 쳤다는 말인가?
***<네이처>는 한국 생명공학에 놀란 적이 없다**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과기부는 26일 돌린 보도자료에 "<네이처> 2005년 10월 20일자는 김경규 교수 등 한국인 필자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별도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생명공학과 과학기술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고 적어놓고, 한국과 관련된 몇 가지 통계를 인용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과기부 관계자는 "<네이처>가 개별 연구자의 연구성과가 아닌 특정 국가의 연구실적을 소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기부의 자료는 애초에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엉터리 자료였다. 우선 <네이처> 2005년 10월 20일자에는 과기부가 소개한 "한국의 생명공학과 과학기술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기사는 없었다. 단지 <네이처> 10월 20일자의 필자들을 소개하면서 해당 호에 실린 성균관대 김경규 교수의 국적이 한국임을 감안해 인터넷 상에 짧게 <네이처>와 관계된 우리나라 관련 통계를 실어준 것뿐이다.
실제로 '분석: 한국'이라는 제목을 단 상자 글에 실린 내용에서 한국의 생명공학이나 과학기술에 대한 '놀라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2005년 <네이처>에 전체 투고된 논문 1만896건 중에서 한국에서 투고한 논문은 112건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5년 발간된 <네이처>에 실린 논문 690건 중에서 한국 필자에 의해 발표된 논문이 12건이라는 것, 또 2005년에 <네이처>에 논문을 투고한 한국 저자들 중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저자가 83%에 달한다는 것과 같은 통계만 나열돼 있었을 뿐이다.
***의례적인 통계자료가 '칭찬기사'로 뻥튀기**
물론 지면이든 인터넷이든 <네이처>에서 우리나라에 주목해준 것만도 감지덕지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호의 똑같은 상자 글에는 어떤 내용이 실렸는지를 확인해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다.
예를 들어 <네이처> 10월 13일자(436호)의 저자 소개를 보자. 여기서도 '분석: 덴마크'라는 제목을 단 상자 글에 그 호에 글이 실린 덴마크 과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네이처>와 관계된 덴마크 통계를 싣고 있다. 형식도 똑같다. 2005년에 <네이처>에 발표된 총 논문 672건 중에서 덴마크 저자에 의해 발표된 논문이 13건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네이처> 10월 6일자(435호)에는 브라질도 똑같은 형식으로 통계가 소개돼 있다. 2005년 <네이처>에 전체 투고된 논문은 총 1만451건이며 이 중 브라질에서 투고한 논문은 54건을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9월 29일자(434호)에는 스코틀랜드, 22일자(433호)에는 일본, 15일자(432호)에는 칠레 등의 통계가 쭉 실려 있다. 과기부와 우리나라 언론이 호들갑을 떨며 소개했던 자료는 해당 호에 실린 논문 필자의 국가와 <네이처>의 관련성을 훑어보는 정도의 별 의미 없는 통계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놀라움'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청년박사의 '눈물' 보면 황 교수가 10억 원 받았을까**
최근 과기부는 황우석 교수를 '최고 과학자'로 선정하고 2005년치 지원금 30억 원을 지급하면서 10억 원이 모자라자 박사학위를 받은 지 2년 이내의 청년 과학자 10인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전용해 황 교수에게 지급한 적이 있다. 25년 전 박사학위를 받고도 학교에 자리 잡지 못하고 '낭인' 생활을 해야 했던 황 교수도 이런 사정을 알았더라면 당장 10억 원을 과기부에 돌려줬을 것이다.
과기부가 '황우석 띄우기'에 몰두한 나머지 앞뒤 안 가리고 나서다 청년박사들을 피해자로 만든 데 이어 '생명공학 띄우기'에 몰두한 나머지 어이없는 호들갑의 진원지가 된 셈이다. 과기부에 다시 한번 부탁한다. '황우석 교수 띄우기'도 좋고 '생명공학 띄우기'도 좋지만 최소한의 평상심은 잃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같은 식으로 나가다간 과기부가 어느 순간 국제적 망신의 진원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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