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李대통령 맹비난…"감히 태양절 행사 시비"

금강산 자산 '동결' 경고하다 '몰수'로 압력 지수 높여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강력히 비난하며 최근 동결 조치를 집행한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측 정부의 자산을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명승지개발종합지도국은 2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미 동결된 남조선당국 자산인 금강산면회소와 소방대 그리고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 5개 대상을 전부 몰수한다"고 밝혔다.

명승지개발종합지도국은 "이는 장기간 관광중단으로 우리 측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라며 "몰수된 부동산들은 법적절차에 따라 공화국이 소유하거나 새 사업자들에게 넘겨지게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이 같은 조치와 함께 "금강산 관광 지구에 있는 나머지 전체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고 그 관리인원들을 추방한다"고도 밝혔다. '나머지 전체 부동산'은 민간 부동산을 뜻한다.

북한은 또 앞서 집행한 동결 조치가 "응당한 주권행사이고 북남관계뿐만 아니라 국제관례와 규범에도 완전히 부합되는 지극히 정당한 합법적 제재권의 발동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동결 조치 이후 남측의 대처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지난 2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연회와 자문위원 간담회에서 나온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한은 담화에서 "괴뢰 통일부 장관 현인택은 우리가 동결조치를 추가하는 경우 강력히 대처하겠다느니 뭐니 하면서 제딴에 그 누구를 위협해보려고 어리석게 망발하였는가하면 리명박 역도는 대결에 미쳐날뛰던 나머지 감히 우리의 태양절 기념행사까지 시비하는 무엄한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한 "괴뢰패당은 저들의 함선 침몰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련결시키면서 북남관계 전면단절과 지어는 전쟁불사론을 줴쳐대는데 이르고 있다"며 천안함 침몰 사고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 10년간 온 겨레와 내외의 관심과 기쁨속에 진행되어 온 남조선 인민들의 금강산 관광길이 리명박 보수패당에 의해 영영 끊기게 된 것은 참으로 비극이고 수치"라고 덧붙였다.

▲ 금강산 관광 지구 전경 ⓒ뉴시스

금강산 관광 사실상 '끝'…남북관계 파탄도 '외길수순'

이날 북한의 몰수 선언은 지난달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부동산 조사를 집행한지 한 달 여 만에 이루어졌다. 지난달 25~31일 부동산 조사를 감행한 북한은 현장 입회에 응하지 않는 남측 정부를 비난하면서 동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3일 김광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 등 북측 인사들은 금강산 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등 5개 건물 입구에 '동결' 스티커를 부착해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해당 건물들은 이미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 7월부터 어차피 사용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동결은 상징적인 의미에 그쳤다.

따라서 이때만 해도 북한이 꺼내 든 금강산 카드는 남측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몰수 조치로 사실상 금강산 관광 사업은 종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동결'과 '계약 파기'만을 경고했던 북한이 '몰수'로까지 나아간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8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북한이 재협상의 기회를 노려 왔으나 이제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몰수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돼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그 시간을 앞당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이 태양절(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폭죽 행사를 가리켜 '정신차려라'라고 발언한 것은 '체제의 존엄'을 중시하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 의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했으리라는 분석이다.

북한이 민간 부동산은 제외하고 정부 소유 부동산에만 몰수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여전히 정부를 상대로 한 압박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천안함 사고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운신 폭이 매우 협소해져 남북관계의 '동결'은 외길수순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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