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는 같은 존재다

[기고] 남녀는 동일하게 사고한다

최근 국내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해 대학입학 포기, 군 강제 전역 등으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좀 더 넓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점검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전체 인류의 생성과 유전 등 인간학적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남녀 문제,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아래와 같은 목차로 살펴보고자 한다.

1. 70억 인류는 조상이 하나, 한 지붕 한 가족
2. 인종(race)은 존재하지 않는다
3. 남녀는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존재가 아니며 두뇌 구조도 별 차이가 없다
4. 모든 남녀의 절반은 동성애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5. 동성애는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의 하나다
6. 동성애 합법화 조치이후 성적 소수자 자살 시도 14% 감소
7. 인간의 잠재력이 개척할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의 명과 암

3. 남녀는 화성이나 금성에서 온 존재가 아니며 두뇌 구조도 별 차이가 없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나 두뇌 차이가 과거에 주장된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일부 과학자에 의해 밝혀지면서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헤리 레이스 교수 등은 남녀 차이가 분명하다고 밝힌 종래의 논문 13편을 재분석하고 심리학 전공 남학생 109명, 여학생 167명이 포함된 남녀 1만3301명을 대상으로 감성, 성적 특성, 내외향성 등 122개의 남녀 차이에 대해 분석한 결과 '남녀의 심리적 특성은 대체적으로 보아 서로 다른 그룹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과학전문지에 2013년 2월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2/130204094518.htm).

연구팀은 조사 대상남녀의 체력과 성적 태도, 대학 성적, 파트너 선택 기준과 개개인의 개성 등을 점검하고 3가지의 통계적 과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 개개인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특성이 검출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개개인에게서 검증된 특성으로는 남녀를 분간키 어려웠다. 예를 들어 개개인의 수학 재능만으로 누가 남녀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남녀 차이를 분명히 나타낸 케이스는 소수에 불과했다. 남녀로 판명된 두 그룹은 일반적으로 분명한 육체적 특성을 나타냈는데 남성은 압도적으로 여성보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거나 팔이 길었다. 허리와 엉덩이 비율에서 남녀 차이가 분명했다, 신체 측정에서 남녀는 서로 비슷한 점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심리적 특성에서는 서로의 차이보다 서로 겹치는 부분이 훨씬 더 많았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구분하는 5가지 특성, 즉 외향성과 개방성, 타인과의 조화, 감성적 안정성, 성실성 등에 따라 조사 대상을 남녀로 구분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 결과 남녀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 배우자 선택, 감정 등과 같은 주요한 심리적 특성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정도의 심리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의 심리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남녀가 각각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남녀는 심리적으로 판이한 존재가 아니며 서로의 관계에 대해 질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인기 저술가들은 남녀가 심리적으로 너무 닮지 않아 완전히 다른 위성 출신이라는 식으로 기술해 독자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정밀 연구 결과 남녀의 심리적 차이를 강조한 이른바 ‘화성/금성’ 이론은 '남녀 모두 지구출신'이라는 이론으로 바꿔지게 됐다.

남녀는 심리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고정관념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틀에 박힌 범주가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일반적인 남녀의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달리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감성적이거나 여성이 수학에 더 능력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남녀 관계는 유전적인 차이 뿐 아니라 후천적 학습 또는 개인적인 성격 차이 등이 포함된 복합적인 관계다. 따라서 남녀 간의 유전적 차이에만 집착할 경우 불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이 이성 커플이 당면하는 동일한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에서 확인된다.

남녀의 차이 때문에 그 두뇌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빅 데이터 등을 통해 연구한 결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잘린드프랭클린미국약학대학 리사 엘리오트 교수 등은 과거 30년 동안 성인 6726명의 두뇌를 찍은 자기공명영상(MRI) 필름과 58개 연구 논문을 대상으로 메타 분석한 결과 남녀의 두뇌 차이가 유의미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즉 남녀의 두뇌 여러 부분을 신장, 체중 등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남녀 차이가 없었다. 과거 흔히 일컬어진 '남자 뇌', '여자 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연구결과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2015년 10월 과학전문지에 실렸다(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5/10/151029185544.htm).

남녀 두뇌의 해마 크기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종래 과학자들은 해마 부분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매우 큰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 표현이 강하고 단어의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설명하는 이유가 되었다.

인간의 두뇌 가운데 좌우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두터운 신경다발인 뇌량(腦粱, corpus callosum)이 크기에서도 남녀 차이가 없었다. 뇌량은 좌우 두뇌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역할을 하는데 그 크기는 물론 좌우 뇌반구(腦半球 hemispheres)가 언어를 관장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종래 뇌량과 좌우 뇌반구는 그 기능과 크기가 차이가 있다는 학설이 우세했었다.

우리가 공포나 성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분인 편도체(amygdala)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고 알려졌지만 이번에서 신장, 체중 등의 차이를 감안했을 때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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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전 한겨레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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