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 농협 경제사업 공약 돋보기

[농협중앙회장 깜깜이 선거 안돼②] 경제사업 체질개선·구조혁신 외치나, 실효성은?

농협은 215만 농민 조합원의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농업·농촌의 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상호금융을 포함한 범농협 자산 규모가 900조원에 육박하며 농협중앙회장은 12만명의 임직원과 29개의 자회사를 대표한다.

그럼에도 오는 31일 치러지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사전에 후보자 간 정책 토론회 한 번 없이 깜깜이로 치러진다. 농협회장의 막강한 위상에 비춰 볼 때 정책 검증이나 자질 평가를 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동안 농협회장 선거가 정책경쟁이 아닌 지역 간 합종연횡에 좌우되며 혼탁선거를 면치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초·재선 대의원이 70% 가량이나 차지하며 선거 막판 정책 공약에도 관심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선심성 공약이거나 유사중복 공약,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10명의 농협중앙회장 후보 중 충북의 김병국 후보, 경남의 강호동 후보, 전북의 유남영 후보, 경기의 이성희 후보를 대상으로 농협의 경제사업을 ‘체질개선’과 ‘구조혁신’으로 분류해 실현 가능성을 비교, 분석했다.
실효성 있는 ‘사업 체질개선’ 공약은?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은 적자 전환한 지 이미 오래다. 농축협 지원은 커녕 자신의 안위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히 판매·가공사업의 영세성, 수급 미스매치, 누적된 인삼 재고 등 경제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후보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우선 김병국 후보는 ‘도단위 판매연합체’를 구축해 지역농산물 판매규모화, 물류효율화, 마케팅 전문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업 체질개선을 위해 가공식품 사업을 ‘생산·판매’로 이원화 하고 농협식품을 농축협의 통합 판매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물류 비효율의 원천인 안성물류센터를 구조조정해 출하시스템의 병목을 해소하겠다는 안도 눈에 띈다. 신설되는 ‘농협종합연구소’를 농축협의 사업전략과 경영컨설팅을 전담하도록 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강호동 후보는 강소 농축협 육성을 위해 컨설팅 기능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농협경제지주의 정상화를 위해 부실 적자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해 경제지주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사업 체질개선을 위해 경제지주 임직원의 사업 마인드와 경영 이념을 무장시키는 것도 강조한다.

유남영 후보는 농축협과의 사업경합 해소와 판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판매농협 구현을 위해 농산물 취급물량 ‘70% 이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앙회의 책임판매율이 20~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상안이다. 이를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 지역농축협의 판매채널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후보는 하나로마트의 현대화 등 유통채널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져 하나로마트의 사업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중심으로 하나로마트의 운영체계를 재편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농축협에 적합한 하나로마트 운영모델을 개발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구조혁신’ 공약은?

정책공약의 근간을 이루는 대전제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정상화로 그 중심에 경제사업 구조혁신이 있다. 김병원 전 회장의 굵직한 공약 중 하나는 바로 ‘농협경제지주 폐지’였다. 하지만 공약을 이행하기도 전에 주무부처의 반대로 취임 1주일 만에 그 공약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공약이 있는지 살펴본다.

김병국 후보는 ‘경제지주 지방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어 이목을 끈다. 농축협과 경제지주가 사업밀착도를 높이고 현장 중심의 사업추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가 있는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지주 조합지원사업의 중앙회 이전’을 위한 법개정 추진 의지도 밝혔다. 경제지주 사업 중 조합지원사업은 농협중앙회로 이관해 조합지원에 전념하고 시장경쟁사업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하겠다 게 골자다.

강호동 후보는 구조혁신에 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핵심 공약인 ‘경제지주 조합지원부서 중앙회 환원’은 경제지주의 조합지원부서를 분리해 중앙회로 보내 업무 중첩이나 농축협과의 사업경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실하거나 적자인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유남영 후보는 사업 체질개선이나 구조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유남영 후보는 경제사업의 ‘옥상옥 조직구조’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축협 간의 사업경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부 이행계획을 다듬고 있다.

이성희 후보는 농협경제사업의 구조혁신과 직결되는 공약보다는 사업 체질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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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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