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 제재 해제 안 기다리고 정면 돌파"

김정은 공언했던 '새로운 길'은 '자력 갱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대화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이른바 '자력 갱생'을 통해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와 관련한 '주체 혁명 위업 승리의 활로를 밝힌 불멸의 대강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 수는 없다"며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 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핵 문제가 아니고라도 미국은 우리에게 또 다른 그 무엇을 표적으로 정하고 접어들 것이고 미국의 군사 정치적 위협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 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대 세력들의 제재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정면 돌파전을 강행해야 한다"며 "만일 우리가 제재 해제를 기다리며 자강력을 키우기 위한 투쟁에 박차를 가하지 않는다면 적들의 반동 공세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며 우리의 전진을 가로막자고 덤벼들 것"이라고 말해 자력갱생이 불가피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자체의 위력을 강화하고 자력갱생, 자급자족의 값진 재부들을 더 많이 창조할수록 적들은 더욱더 커다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며 사회주의 승리의 날은 그만큼 앞당겨질 것"이라며 "모든 당 조직들과 일군들은 시대가 부여한 중대한 임무를 기꺼이 떠메고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 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에 매진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적대 세력들이 우리가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리라는 꿈은 꾸지도 말아야 하며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 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우리는 오늘의 투쟁에서 객관적 요인의 지배를 받으며 그에 순응하는 길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정면 돌파전으로 뚫고 나가 객관적 요인이 우리에게 지배되게 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과 대화로 제재 해제 및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향후 미국과 적대적인 국면에 놓이게 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간 대화가 현재와 같은 교착 국면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없었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가 조미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하여 핵 시험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를 중지하고 핵 시험장을 페기하는 선제적인 중대 조치들을 취한 지난 2년 사이에만도 미국은 이에 응당한 조치로 화답하기는커녕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 군사 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 놓고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남한)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으며 "십여 차례의 단독 제재 조치들을 취하는 것으로써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야망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세계 앞에 증명해 보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과 배치되는 요구를 내대고 강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하여 조미 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띄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최근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해 "미국의 본심은 대화와 협상의 간판을 걸어놓고 흡진갑진(애매한 태도로 쓸데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모양)하면서 저들의 정치 외교적 잇속을 차리는 동시에 제재를 계속 유지하여 우리의 힘을 점차 소모 약화시키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근간에 미국이 또다시 대화 재개 문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면서 지속적인 대화 타령을 횡설수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애당초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관계를 개선하며 문제를 풀 용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우리가 정한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겨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는 시간 벌이를 해보자는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대화에 더 이상 "일방적으로 매여있을 근거가 없어졌다"며 "이것은 세계적인 핵 군축과 전파 방지를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미국과 대결적인 국면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적대적 행위와 핵 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시적 경제성과와 복락만을 보고 미래의 안전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제 세상은 곧 머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 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 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군사력 강화를 추진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대화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현재부터 이후) 대조선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미국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 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으며 더욱더 막다른 처지에 빠져들게 되어 있다"며 미국에 조속히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각) "우리는 여전히 김 위원장이 다른 경로를 택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 그가 충돌과 전쟁 대신 평화와 번영을 선택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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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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