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나무' 김진숙,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만나러 걸어간다

23일 트위터로 출발 알리고 부산에서 대구까지 100km 도보 행진 나서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309일 동안 농성했던 노동자 김진숙이 부산에서 대구까지 100km가 넘는 거리를 걷고 있다. 영남대의료원에서 176일째 고공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 박문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3일 본인 트위터에 "항암후유증, 우울증, 지인기피증,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관절통까지 앓는 중이라 그동안 돌보지 못한 아니, 학대한 몸이나 달래려 했는데"라며 "내 친구 박문진이. 내 오랜 친구 박문진이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6일째 매달려있으니 앓는 것도 사치라 걸어서 박문진에게로 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문진 힘내라"라고 적힌 피켓을 든 자신의 사진도 게시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번 도보 행진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접한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지부장은 작년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이후 항암 치료와 요양 생활을 해온 김 지도위원의 건강상태를 걱정해 곧바로 김 지도위원을 만나러 갔다.

김 지부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고, 관절통도 되게 심하신데 '걸으실 수나 있을까. 걷다가 만약에 변고라고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어 만류했는데 말려서 되는 게 아니더라"며 "'마지막을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동지와 함께 하고 싶다. 저도 해봤기 때문에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것뿐이니 수선 안 떨면 좋겠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현재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도 함께 걸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이 만나러 가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2006년 영남대의료원이 노조파괴 노무법인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은 뒤 해고됐다. 박 지도위원은 △ 해고자 원직 복직 △ 기획 노조 탄압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며 지난 7월 1일부터 177일째 70m 높이 의료원 건물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첫날 도보를 마무리한 김 지도위원은 23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사람이 살지 못할 데서 긴 시간, 그것도 추위를 견딘다는 게 몸에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 잘 알게 돼서 박문진의 고난이 너무 길어지는 게 애가 탔습니다"라며 "산티아고를 같이 걷자 했던 친구. 전 친구가 거의 없는데 그 중 둘이 암으로 이승을 떠났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박문진이랑 산티아고 가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 "박문진 힘내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 김진숙 지도위원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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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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