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금수저'의 희생...황교안은 수용할 배포 있나?

김세연 불출마...보수 통합과 보수 쇄신 화두 던졌지만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금수저 정치인'으로 불린다. 그는 부친의 지역구를 물려받았고,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학벌'을 자랑하고, 정재계의 '헉 소리'날 만한 유력 인사들과 친인척 관계에 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정치권에서 항상 주목을 받았으나, 의정활동에 있어서는 '개혁적 보수'의 모습을 줄곧 보여왔다.

김 의원은 부산의 중견 기업인 동일고무벨트 대주주로 2019년 신고한 자산은 967억 원에 달한다. 부친은 부산 금정구에서 내리 5선을 한 고(故) 김진재 의원이다. 김진재 의원은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11대, 13대, 민주자유당으로 14대, 신한국당으로 15대, 한나라당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한나라당에서는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이후 18대 총선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김세연 의원이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김 의원은 당시 친이명박계의 '공천 학살'로 인해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만든 '친박 무소속 연대'에 참여하며 부친의 옛 지역구인 부산 금정에 출마해 36살의 나이로 초선 뱃지를 달았다. 이때문에 김 의원은 이명박 정권 초창기에 '친박'으로 분류됐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종사촌 언니인 홍소자 여사와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사위라는 이력도 한몫 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든 새누리당에서부터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숙청된 유승민 의원과 가깝게 지냈고, 이후 탄핵에 가담하며 바른정당 창당에 앞장섰다. 그러나 바른정당이 중도 보수 성향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당명을 바꾸기 전 탈당, 자유한국당에 다시 복당했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 내 '소장파 개혁 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영남에 지역구를 둔데다 '정치적 자산'이 만만치 않아 '기득권 세력'의 면모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당내에서도 항상 "김세연 의원은 도련님 같다", "본인이 개혁을 말하지만 언제나 소심하다"거나, "김세연 의원이 '개혁'을 말하면 불편하다"는 말까지도 나왔었다. 속된 말로 '정치 안해도 먹고 살 만한 사람'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때문에 당내 기득권 세력의 '반격'도 예상된다.

김세연의 불출마, 보수 쇄신 '마중물' 될까 '찻잔 속 태풍'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 의미가 만만치 않다.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김 의원만큼의 '자기 희생'을 보여주는 인사들이 없다. 특히 과거 박근혜 정권에서 호의호식했던 친박계 출신의 영남 지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리게 됐다. 김 의원 못지 않게 탄탄한 지역구를 기반으로 '기득권'을 누려왔던 인사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한국당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김 의원은 당에 대해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명 남짓 참석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자유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며 "이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다. 비호감 정도가 변함없이 역대급 1위다. 감수성이 없다. 공감능력이 없다. 그러니 소통능력도 없다.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한국당이 문제점에 대해 과거 세력(박근혜 세력)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근원'을 짚었다. 김 의원은 "이전에 당에 몸담고 주요 역할을 한 그 어떤 사람도 앞으로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키고 세워나갈 새로운 정당의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뜻밖의 진공상태를 본인의 탐욕으로 채우려는 자들의 자리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은 '자유한국당 해체', '황교안·나경원 2선 후퇴', '당의 전면 쇄신'으로 요약된다. 즉 '보수 통합'을 하되 '새로운 보수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물갈이론'과 결이 다르다. 해체 후 재건이다.

김 의원은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는 보수 통합에 대한 그림을 염두에 두고 전제로 해서 말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현재 한국당 구성원들이 해야할 일은 우리가 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부도 내부지만, 당 외부의 보수 개혁 세력에도 함께 던지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김 의원은 "현역 의원 전원에 대해 대결단이 당 차원에서 일어나든 지도부에 계신 두 대표가 이런 부분을 깊이(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겨냥한 김 의원의 주장은 결국 '보수 통합'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 보수 통합의 전제라는 것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보수 진영의 통합과 쇄신 움직임에 불쏘시개가 되기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 등 '운전자'들과 영남 등 당내 기득권 세력의 태도가 중요하다.

먼저 통합의 문제. 일단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여전히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보수 통합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불출마가 바른미래당 보수파인 '변혁'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움직일 공간을 넓혀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당내 극우파에 휘둘리고 있는 황 대표가 '보수 통합론'과 '보수 개혁'에 과연 진정성을 갖고 임하게 될지 여부가 변수가 된다.

다음은 '쇄신'의 문제다. 핵심은 탄핵과 구속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박근혜 세력'과 단절할 수 있느냐 여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박 감별'을 통해 공천했던 20대 총선(탄핵 이전)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이들은 여전히 당을 장악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 박근혜 정권 최대 수혜자였으며, 황 대표 주변엔 박근혜 정권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핵심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구시대적 '색깔론'과 '반복지', '반노동' 정책과 메시지를 주도하고 있다. 당내엔 여전히 '뉴라이트'와 '식민지근대화론'에 젖어있는 인사들이 있고,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 이론을 내세운다. 보수 통합 과정에서 여전히 이들과 결별하지 못한다면 보수 정당의 '쇄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한국당이 쇄신의 길에 나설지, 아니면 '정치 금수저이 반란' 정도로 치부돼 '찻잔 속 태풍'으로 소멸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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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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