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의 장밋빛 청사진은 거짓이었다"

새노조, 직접고용 소송 진행 "자회사는 직접고용 회피 위해 급조"

지난 10일 불법파견 소송 1심 판결을 받은 요금수납원만 직접고용한다는 을지로위원회 중재안에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이 사인했다.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어도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해고자 1500여 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며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을 40일째 진행하고 있다.

요금수납원의 농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연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여성연대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공사와 노동조합을 중재하겠다는 안이 결국 노동자를 분열시키려는 획책임이 드러났고 아직까지도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강래 사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정확히 이행해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문제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로공사가 설립한 요금수납 자회사 ex-service 소속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 소송을 진행한다. 자회사로 간 요금수납원은 왜 다시 직접고용을 주장하게 되었을까. <프레시안>이 자회사 소속 요금수납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9월 19일 ex-service새노동조합이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제공.

"자회사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은 거짓이었다"

자회사 소속 요금수납원 조희정(가명) 씨는 자회사가 생기기 전 중간 관리자들이 회유하며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과 실제 자회사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고 전했다. 조 씨는 "자회사를 선택하면 임금은 최소 30% 이상 오르고, 복지 수준도 지금과는 말도 안 되게 다를 것이며, 자존감을 지키면서 수납업무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며 "자회사가 생기면서 나도 정규직이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씨는 "임금 인상액은 30%에 미치지 못하고 복지가 늘어난 것도 없다”며 "1500명이 빠졌는데 사람을 채우지 않아 미납요금 전화 돌리는 일이나 요금수납 부스를 지키는 일을 원래 두 명이서 했는데 지금은 한 명이 하면서 일이 더 힘들어졌고 사람이 부족해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밝혔다.

애초 중간 관리자들이 이야기하던 복지와 관련한 요구사항을 회사에 전달하면 번번이 묵살된다는 것이 조 씨의 전언이다. 조 씨는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때에 따라 휴게공간이 필요한데 만들어주지 않고 있고, 컨테이너에서 밥을 먹는데 겨울에 추워서 물이 얼면 밥도 못 짓는다"며 "이런 걸 개선해달라고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는데 아마 수납원과 우리는 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복지가 줄어든 부분도 있다. 조 씨는 "예전에는 소장 명의로 충분한 업무추진비가 나와서 그걸로 필요한 사무용품이나, 손님 응대할 때 필요한 커피를 샀다"며 "지금은 그 업무추진비가 근무자 1인당 5000원으로 확 줄어서 실제로 영업소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에는 부족하다"고 전했다.

조 씨는 자회사의 실태를 보면 인력이나 운영 면에서 급조한 티가 난다고도 이야기했다. 조 씨는 "카메라가 낡아 자동차 번호판을 인식을 못해서 바꿔달라고 하니 '우리도 몇 명이서 40여 개 영업소를 관리하다보니 시간이 없다'고 했다"며 "인사 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업소에서는 팀장이 마음대로 하고 어떤 영업소에서는 목소리 큰 직원이 갑질을 한다"고 말했다.

▲ ex-service새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적힌 유인물.

"자회사는 직접고용 회피 위해 급조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회사 소속 요금수납원들은 직접고용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노조가 진행하는 소송의 명칭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따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간접고용관계에서 하청이 형식적 사용자에 지나지 않는 경우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에 성립하는 근로계약관계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될 경우 도로공사와 자회사 요금수납원 사이에는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

김학기 ex-service새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자회사의 본부장, 실장, 팀장, 지역 센터장 등 주요 직책은 도로공사 직원이 맡고 있다"며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자회사를 급조한 것이라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자회사 설립 이후 노동 강도가 올라갔다는 불만에 대해 "자회사가 생기면서 사실상 1차적으로 구조조정이 되어버린 상황"이라며 "1500명이 빠진 자리에 기간제로 900명만 채워 15명이 일하던 영업소에서 12명이 일하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간제도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15일부터 직접고용 소송의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달 20일께 소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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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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