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없는 조국 정국' 돌입...검찰개혁 '최종전'

국회로 넘어간 검찰개혁, 이제 '정치의 시간'

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간의 짧은 임기를 소화하고 14일 전격 사퇴했다. 조 장관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조 장관 거취를 놓고 극명한 대립 양상을 보인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 대해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크게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지명한(8월 9일) 이후 두 달 가량 격렬하게 전개된 '조국 사태'는 이제 '검찰 개혁 제도화'라는 최종전을 앞두고 '조국 없는 조국 정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조국 전격 사퇴, 왜?

조 장관의 전격적인 사퇴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인간적 미안함,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현실, 검찰 개혁에 관한 소명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 뒤 사퇴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우선 조 장관은 사퇴 입장문을 통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언급하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인간적 괴로움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지난 두 달 간 '조국 블랙홀' 프레임에 갇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사정을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조국 사태'를 촉발한 자녀 입시 부정 의혹은 '공정, 평등, 정의'로 압축되는 현 정부 핵심 가치의 진정성에 회의감을 일으켰다. 여기에 사모펀드 의혹 등이 겹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대선 득표율(41%)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취임 후 최저치인 41.4%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도 불과 0.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민주당 내에선 조 장관 문제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영향에 관한 다각도의 분석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이달 말에 처리하자고 야권에 제안한 배경에는 '조국 사퇴'가 전제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조국 정국'의 장기화를 우려하며 '출구 찾기'를 가동된 것이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여론은 확증 편향 강화 경향을 보이며 반전의 기미가 엿보이지 않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조 장관 거취에 관해선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0.5%,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55.9%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는 조 장관의 판단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사퇴 발표 직전인 이날 오전 특별수사부 축소, 무리한 수사 관행 개선 등 개혁 방안을 직접 내놓음으로써 장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을 다 하고 물러나 검찰 개혁에 새로운 활로를 여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 대통령도 "저는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지만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조 장관의 사퇴 의사를 수용했다.

검찰개혁 여론, 한국당 덮칠 수도

정국 갈등의 핵이었던 조 장관의 거취가 정리되면서 향후 초미의 관심은 정치적 책임을 짊어진 조 장관의 사퇴가 검찰 개혁의 새로운 동력으로 이어질지다.

조 장관은 자신을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검찰 개혁의 제도화라는 본질적 과제가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만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에 검찰개혁의 최종 명운이 걸려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되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의 거취에는 찬반론이 엇갈리면서도 검찰 개혁에 대해선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난 이상, 국회가 사법개혁을 매조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주말 마지막 집회를 가졌던 '서초동 촛불'도 검찰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다음 타깃은 "여의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 개혁과 함께 '조국 수호'를 외쳤던 이들이 조 장관 사퇴로 입은 정치적 상실감은 사법 개혁의 '최종 라운드'가 될 국회를 좌시하지 않을 분위기다.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한 '광화문 집회'에서도 검찰 개혁을 찬성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조국 정국'으로 분열됐던 야당과의 관계를 복원해 조만간 패스트트랙을 빠져나오는 사법개혁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 장관에게 집중됐던 시선이 국회로 옮겨가면 그동안 조 장관의 버티기로 반사이익을 본 한국당의 태도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기라"고 관련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조 장관 가족들을 향한 검찰 수사의 향배는 섣부른 관측이 어렵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정경심 교수를 소환 조사한 검찰은 금주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정 교수에 대한 사법적 처리와 긴밀하게 관련됐던 조 장관의 거취 문제가 해소되면서 조 장관 가족들에 대한 동정 여론이 강화될 가능성이 부담이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에 관한 한 원칙론자인 데다, 조 장관 사퇴 이후에도 야당은 "진행 중인 수사를 철저히 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수사팀이 수사 강도를 늦추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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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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