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 남북 경기 생중계 사실상 무산, 정부 "안타깝다"

선수단 직항로 이용도 사실상 불허…베이징 거쳐 1박2일 이동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 간 경기가 평양에서 진행될 예정이지만 생중계는 사실상 무산됐다. 경기 외적인 부문에서 북한의 협조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경색된 남북관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4일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오는 15일 평양에서 치러질 남북 간 경기가 생중계되는지 여부에 대해 "생중계 관련된 북한 측의 추가적인 입장은 아직 전달받은 바 없다"며 "일단 축구협회와 현지 상황 등을 감안해서 필요한 노력들은 해 나갈 예정이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7일 북한 축구협회는 남한 선수들에 대한 입국을 허가하는 초청장을 전달했지만 중계를 포함한 취재진의 파견은 남북 당국 간 협의사항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공한 이메일 계정을 통해 북한 축구협회에 관련 의견을 전달했으며 정부도 측면에서 이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통일부도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다각도로 응원단이나 중계, 취재진과 관련된 여러 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북측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희도 안타깝고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생중계할 가능성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관례로 봤을 때 북한이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한 적이 거의 없다"며 "(지난 9월 5일에 열린) 북한과 레바논 간 예선 경기의 경우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에서 그 다음날 녹화 방송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현지에서 (경기 상황과 관련해) 가능한 한 빠른 시간에 최대한의 많은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생중계 문제뿐만 아니라 남한 선수들의 이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 간 원만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간 항공 직항편을 이용할 경우 1시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대표팀은 이동에만 1박 2일의 시간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북한에서 직항편 이용에 대한 거부 의사를 보인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북한에) 남북 간 직항으로 가면 1시간 정도밖에 안걸리니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북한의 답이 없었고 북한 축구협회는 권한 밖의 사항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북한이 이동 경로부터 중계 문제까지 사실상 편의를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제3국 개최를 검토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당국자는 "축구협회는 A매치에 대한 그동안의 관례, 지역 예선 경기 일정, 선수들의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문제가 좀 있지만 계획대로 (평양에서 경기를) 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이 사실상 남한 선수들에 대한 편의보장을 해주지 않으면서 최근 남북관계 소강국면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축구협회도 저희도 우리 선수단이 최대한 경기력을 발휘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뒀다. 남북관계 상황과는 무관하게 접근했다. 축구 경기는 축구 경기대로 봐주셔야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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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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