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라이더 사고 1800여 건...1위는 '바로고'

[<프레시안X뉴스타파> 공동기획 '배달 죽음'] 4-①

이른바 '배달 산업'은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며 연간 2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노동자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다.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은 지난 수개월간 플랫폼 배달노동자들이 겪는 사건사고와 안전실태를 취재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배달 중 숨진 18살 김은범 군의 죽음을 통해, 청년 라이더들이 처한 비참한 노동현실과 비정상적인 법체계를 고발한다. '프레시안X뉴스타파' 공동기획 '배달 죽음'은 4차례에 거쳐 연재된다. 매편의 ①번 기사는 주요 취재내용을, ②번 기사는 취재기를 담고 있다.(‘배달 죽음’ 다큐 바로가기(YOUTUBE) ) 편집자

4-① 3년간 라이더 사고 1800여 건...1위 '바로고'

4-② 목숨걸고 달리는 '배달라이더' 따라다녀 보니...

제주도에 살던 김은범(사망 당시 18세) 군이 '오토바이 배달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1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 배달시장은 '플랫폼 산업'으로 진화하며 연간 20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 손엔 스마트폰을, 다른 손엔 음식을 든 라이더들이 거리에 넘쳐난다. 그럼 시장이 커진만큼 배달시장의 안전은 좀 나아졌을까.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배달업 관련 사고 건수는 지난 3년 간(2016~2019년 7월) 꾸준히 증가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퀵서비스 회사 산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여 간 발생한 오토바이 배달사고(산재 승인 기준)는 총 1800여 건이었다. 2016년에 264건, 2017년에는 411건, 2018년에도 597건이 발생했고, 2019년의 경우 상반기에만 전년도 사고 건수에 버금가는 56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참고로, 배달대행업은 퀵서비스업에 포함된다.

▲ 지난달 2일 인천 지역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진

배달대행업체의 복잡한 구조, 사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

플랫폼 회사로 채워진 배달시장의 노동구조는 이전의 '직고용' 구조보다 훨씬 복잡하게 이뤄진다.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동네의 한 중국집에 전화를 해 음식을 주문하고 중국집 배달원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게 기존의 배달 과정이었다. 그러나 플랫폼을 이용한 배달구조에서는 우선 소비자가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혹은 여타의 주문 앱을 통해 음식점을 검색하고 주문한다. 이후 소비자의 주문은 앱을 통해 해당 음식점에 전달된다. 이때 소비자가 사용한 앱을 '주문대행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주문을 전달받은 음식점 중 직고용 라이더가 없는 음식점은 배달을 하기 위해 또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다. 이를 '배달대행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라이더를 빌려오는 것이다.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티앤비' 같은 업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는 다른 배달대행업체 소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구조가 복잡하다보니, 라이더에게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음식을 시킨 소비자도, 음식점 사장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주문대행업체는 주문을 중개만 한 것이기 때문에 역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라이더가 실질적으로 소속돼 있는 배달대행업체도 "음식점과 라이더 사이를 중개했을 뿐"이라는 이유로 "자사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 소비자가 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하는 앱을 ‘주문대행' 앱이라고 부른다. 이 앱을 통해 소비자의 주문 내역이 음식점으로 전달된다. ⓒ공동취재진


▲ 음식점이 ‘주문대행' 앱을 통해 소비자의 주문을 접수하면 이후엔 ‘배달대행' 앱을 통해 배달을 수행할 라이더를 구한다.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는 각사 소속 라이더에게 주문 내역을 전달한다. ⓒ공동취재진

3년 간 1800여 건...'바로고' '더 티앤비 코리아' '우아한청년들' 사고 다발

취재진은 어떤 배달업체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지 확인해 봤다. 그 결과 '배민라이더스(우아한청년들)', '바로고', '요기요플러스' 처럼 소비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름의 유명 플랫폼사들이 사고다발업체로 확인됐다. 산재승인 기준으로 '바로고'가 3년간 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배달플랫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서비스 '배민라이더스(우아한청년들)'가 104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요기요(딜리버리 히어로)'의 자회사 플라이앤컴퍼니에서도 56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포함해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회사들은 대부분 유명 플랫폼사였다.

▲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퀵서비스 회사 산재 현황'으로 집계된 배달대행업체의 사고 현황. '바로고', '더 티앤비 코리아', '우아한 청년들'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공동취재진

하지만 이들 플랫폼 회사들은 하나같이 라이더들의 사고와 관련해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본사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사고가 난다고 해서 본사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본사 차원에서는 라이더의 사고 현황 파악도 하지 않는다. 바로고가 사고 건수가 많은 것은 산재 승인을 많이 해주는 회사이기 때문이다."('바로고' 관계자)

"우리 회사는 음식점에 배달대행업체만 연결해준다. 그 외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지거나 관여할 이유가 없다."('티앤비코리아' 관계자)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우리 회사에 책임이 없다.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에 비해 라이더들에게 산재 신청을 하도록 적극 독려하고 있다."('우아한청년들(배민라이더스)' 관계자)

"배달 건수가 가장 많아서 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것 같다. 우리 회사와 라이더는 계약관계가 아니다. 따라서 사고집계나 보고 절차도 없다."('생각대로' 관계자)

현재 라이더의 법적 지위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부 플랫폼 회사의 경우 라이더에게 "픽업까지 00분" 같은 일방적인 배달 지침을 내리는 등 사실상 일반 근로자처럼 대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배달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배달대행업체 '부릉' 소속 라이더들이 쓰는 배달 앱에는 "픽업까지 최소 15분" 이라는 문구가 경고등처럼 켜져 있었다.


"계약관계 아니다"는 배달 플랫폼사...전문가들은 "위장자영업자"

▲ 지난 8월 27일 유명 배달대행업체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들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플라이앤컴퍼니'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동취재진

지난 8월 27일, 유명 배달대행업체 '요기요플러스' 라이더들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본사 '플라이앤컴퍼니'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라이더들은 "요기요플러스 측이 라이더에게 '강제 배차'를 시키고, 1시간 이상 배달을 가지 않는 경우 시급 1000원이 삭감되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또 "요기요플러스 본사가 '라이더들은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점심 식사 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등 '위장 도급'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라이더들의 주장에 대해 <뉴스타파X프레시안> 공동기획 '배달 죽음' 취재 과정에 자문을 해 준 유성규 공인노무사는 현행법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배달 노동자들이 법적으로는 '특수근로종사자'라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위장 자영업자'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또 배달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 산업에서 돈을 버는 기업이나 국가 모두 배달 산업의 위험을 떠안고 있지 않다"며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를 라이더를 사장으로 만듦으로써 해결해버린 게 오늘날 약 20조 단위의 배달시장이 탄생한 비법이다. 이것을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과 <뉴스타파> 강혜인 기자가 공동으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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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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