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던 엄마..."

도로공사 본사 점거 중인 요금수납원에게 가족들이 보낸 편지

이번 추석,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를 점거한 요금수납원들은 가족과 만나지 못했다. 가족들은 요금수납원들에게 편지로 마음을 건넸다. 현재 도로공사 본사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점거 16일 도로공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금수납원 가족들이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이 마련했다.

박OO 요금수납원의 딸이라고 밝힌 김OO 씨는 "9일 오전 '추석은 집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 얼굴로 집 문을 나서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잊을 수가 없다"며 "요즘 저의 일상은 인터넷 기사에서 엄마 사진 찾기"라고 밝혔다.

김 씨는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아 회사 일을 뒤로 한 채 엄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기사에서 엄마 얼굴 찾으면 사무실 구석에서 엉엉 울고, 유튜브로 보이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집에서도 엉엉 울어 부은 눈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원래도 추석, 설날, 공휴일 없이 일하시던 엄마여서 추석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슬픔은 원래부터 익숙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우리 가족은 마음만은 김천에 있는 엄마와 함께하고 있고, 2020년부터 명절은 도로공사 정직원으로 보내실 거라 우리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OO 요금수납원은 수색중대에서 근무 중인 아들이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박 씨의 아들은 "다치면 아들이 정말 마음이 상하니까 절대 다치지 마"라며 "엄마는 내가 봐온 여성들 중 가장 씩씩하고 당당한 여자니까 밥은 꼭 챙겨 먹고 그래야 힘내서 청와대와 도로공사 이길 수 있어"라고 적었다.

▲ 도로공사 본사 앞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순향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 ⓒ민주노총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교섭에 나설 것과 청와대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추석 명절을 이곳에서 보내는 이유는 너무나도 소박하고 단순하다"며 "법을 지키고 교섭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파탄 난 노사관계와 불법적 자태를 수천 명 넘는 공기업의 책임자 이강래가 저지르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공공부문 최종 책임자이며 이강래 사장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라며 "이강래 사장이 교섭에 나오게 하는 것도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사태를 확대시킨 책임을 물어 파면시키는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박순향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엄마 없는, 아빠 없는, 며느리 없는, 아들 없는 추석 상을 차려놓고 우리 소식을 TV로 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우리는 단지 법을 이행하지 않는 이강래 사장을 만나기 위해 여기 왔다"고 전했다.

도로공사에서 해고된 요금수납원의 본사 점거는 이날로 8일차를 맞았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 고공농성도 79일째 이어지고 있다. 요금수납원들은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 이행과 구체적인 방안의 노사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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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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