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 방안이 효과가 있을 경우 다른 시설에도 이를 확대 적용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로 고려 중이며 사실상의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주목을 끈 보도였다. 하나는 "과정의 시작으로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을 제시했던 기존 입장에서 "핵 동결"로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에서 부분적인 제재 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희미하더라도 북미 협상의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이러한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11일(현지 시각) 모건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문의해본 결과 "비건은 그 보도는 완전히 가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정확한 대북정책 검토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실무 대표를 맡고 있는 비건의 강력한 부인은 적어도 국내 언론이 보도한 것이 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앞서 여러 글들에서 지적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하노이 노딜 때에 비해 바뀐 것이 거의 없다. 비핵화의 정의 및 최종 상태에는 핵뿐만이 아니라 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미사일 폐기도 포함되어야 하며, 이들 무기 프로그램이 완전히 동결되는 것이 입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WMD' 동결과 폐기를 말하는데 상당수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핵'으로 국한시켜 표현하곤 한다. 그런데 핵은 WMD의 일부이지 그 자체는 아니다. WMD에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화학무기·생물무기도 포함되며, 심지어 이들 무기를 운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은 탄도미사일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일치는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도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착시 현상마저 일으킨다. 북한이 상응조치를 전제로 약속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인데, 이는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미국은 WMD 동결과 폐기를 주장해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이 미국의 요구를 부지불식간에 핵으로 국한시켜 표현하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북한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처럼 비춰지게 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까지 얹으면 너무 무거워져서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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