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제2의 하노이 되지 않으려면

[황재옥의 한반도 '톡'] 어느 때보다 분주해야 할 외교·안보 라인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세 번째 만남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4월 27일 1차 남북정상의 판문점 회담만큼이나 가슴 벅찬 이벤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에 북미간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무협상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협상 내용과 목표에 관한 예측과 그에 대한 분석들이 다양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새롭게 등장한 것 중에 '북핵동결'과 '유연한 접근'이 있다. 미국의 오랜 주장인 '선 비핵화 후 대북제재'가 '유연한 접근'으로 변화된다면 협상 성공률은 높아질 수도 있다.

한편 협상의 내용과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북핵동결', '제재해제'가 아닌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비록 비핵화로 가는 중간 단계로서 핵동결을 검토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미국내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북핵동결'이 비핵화의 사실상 최종목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그리고 보수쪽에서 제기하는 '체제안전' 보장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자평을 해왔다. 하노이회담에서 북미 간 접점이 상당 정도 이루어졌으나 미국 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뤄졌다는 후문도 있다. 그래서 '북핵동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은 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의 폼페이오 장관 교체 요구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을 중심으로 실무협상을 진행한다고 했다. 그리고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 이전에 제재해제는 없다"는 말도 반복했다. 오히려 군산복합체와 싱크탱크를 포함한 반 트럼프전선이 '북핵동결'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 한국이라는 미국의 무기시장 축소,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수상이 달갑지 않은 그룹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향후 진행될 북미간 실무협상은 하노이 회담의 연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 4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유연한 접근'으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났다. ⓒ로동신문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는 첫째, 미국은 하노이 회담 때 이미 약속된 사안을 새로운 선물인 양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하노이 회담 직전인 지난 1월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진전'과 '유연한 접근'을 말했고, 방한 바로 전인 6월 20일 워싱턴에서 미국의 '유연한' 대북 접근법으로 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6월 27일 방한 후에도 '동시적‧단계적'과정과 '유연한 접근'을 또 강조했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진전된 영변 '플러스 알파'와 대북제재 완화나 해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동시적‧병행적'으로 교환한다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둘째, 비건 특별대표는 6월 30일 귀국 길에 북한의 핵프로그램 동결을 전제로 인도적 지원이나 외교관계 개선 등의 양보 조치를 취할 수 있고,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원한다는 취지의 '동결'을 언급했다.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동결과 비핵화 최종상태의 개념, 그리고 그 안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향한 로드맵에 대해 북한과 협상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FFVD, CVID)를 주장해 오던 미국이 '북핵동결'을 자꾸 언급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비건은 '동결'이 비핵화라는 최종상태에 이르기 위한 출발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볼턴의 선 비핵화와 빅딜론에서 유연해진 접근으로 비건이 실무협상에 임한다면 회담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미 모두가 성실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비켜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미국도 상응조치에 대한 단계별 로드맵을 짜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밟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자축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북미 실무협상에 세밀하고 차분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과 상황에 대한 우리 나름의 판단과 요구를 분명히 정립하고, 적극적으로 미국에 제시하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해나가기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북핵동결'로 끝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7~8월에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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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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