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새로운 애플을 설계한 자, 팀 쿡

[최재천의 책갈피] <팀 쿡>

"애플에서 일하는 것은 제 스스로 짜보았던 어떤 계획에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1998년 3월, 37세의 팀 쿡을 제조와 유통을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2011년 8월 11일,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올 수 있어?" 잡스의 전화였다. 잡스는 췌장암 치료와 간이식 수술로 자택에서 요양 중이었다. "자네가 CEO를 맡아주어야겠어." 그날의 대화가 있고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잡스의 사망 소식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나를 선택할 때 내가 자신과 같지 않다는 것을, 내가 자신의 복사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했을까요?" 2014년 9월, 팀 쿡이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쿡은 잡스가 그에게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애플을 이끌 것이라 결코 기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덧붙였다.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내가 될 수 있는 최상의 팀 쿡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2014년 10월 30일, 쿡은 <블룸버그>에 ‘팀 쿡이 거리낌 없이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제 자신이 게이인 까닭에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여타의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충도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커밍아웃은 사회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용감한 행동이었다. 쿡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에서 가장 은밀하게 사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에 속했지만, 그럼에도 대의를 위해 자신의 프라이버시 일부를 희생했다. 그는 커밍아웃을 통해 소외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 지향성과 성 정체성에 당당해질 수 있도록 앞장섰다.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명백한 헌신이었다.

2017년 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한 재무보고서에는 애플을 경영하는 쿡의 여섯 가지 핵심 가치가 조용히 피력되었고, 애플의 웹사이트에 사내 열람용으로도 게재되었다. 쿡 애플의 토대였다. '접근가능성', '교육', '환경', '포용성과 다양성', '프라이버시와 안전', '공급자 책임.'

쿡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사명은 이렇다. "내가 왔을 때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언제나 믿고 보는 <와이어드> 출신의 저자 린더 카니의 <팀 쿡(Tim Cook)>.

▲ <팀 쿡>(린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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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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