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안 줄이면 '고용 쇼크' 발생한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후진적 고용 구조로 자영업자 몰락 가속화

201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직업의 미래와 인적자원개발 전략'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체제, 산업구조, 기술혁신의 결과로 일자리의 52.0%가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사회구조 변동은 기존 자영업자의 대규모 몰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자체 생산 가능 자영업자만 살아남아

보고서는 자체 소비와 자체 생산이 가능한 자영업자는 살아남을 것이나, 경기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숙박업, 음식점업, 금융보험업, 도소매업, 건설업, 운수업, 부동산업. 개인서비스업은 '고위험' 업종에 속하는데, 주지하듯 이들 업종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하다.

지속 가능한 자영업은 지원하되 지속불가능한 자영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방향으로 산업 고용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고용구조 후진성에서 기인하는 '고용 쇼크'가 반복해 일어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자영업자 비율, 미국 4배, 일본과 독일의 2.5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취합한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2017)을 살펴보면, 미국 6.3%, 캐나다 8.3%, 스웨덴 9.8%, 독일 10.2%, 일본 10.4%, 프랑스 11.6%, 영국 15.4%, 이탈리아 23.2%, 한국 25.4%다. 한국 자영업자 비율은 미국의 4배, 독일과 일본의 2.5배로 지나치게 높다.

▲ OECD 국가 자영업자 비율(OECD 통계 참고).

주요국 가운데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칠레 27.4%, 멕시코 31.4%, 터키 32.7%, 브라질 32.9%, 그리스 34.1%다. 우리 경제가 멕시코-터키-그리스 모델을 지향할지, 아니면 독일-일본-스웨덴 모델을 지향할 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나,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단계가 전자를 넘어 후자로 접근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역의존도, 미국 3.5배, 일본 2.5배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액 비중, 즉 무역의존도(2017)를 살펴보면, 한국 68.8%, 미국 20.4%, 캐나다 52.4%, 스웨덴 57.1%, 독일 71.1%, 일본, 28.1%, 프랑스 44.9%, 영국 40.3%, 이탈리아 49.5%다.

▲ 나라별 무역의존도(통계청 자료 참고).

자영업자가 그럭저럭 버티려면 국민경제에서 무역의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야 한다. 돈이 국경 바깥으로 흘러가고 국경 안에서 흐르지 않을 때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는 여력은 고갈된다.

한국 경제가 딱 그런 사정이다. 국내총생산의 70%가 수출입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자영업자에게 돌아갈 몫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한국은 무역의존도에서 독일과 비슷한데, 자영업자 비율은 무려 2.5배나 많다. 일본은 무역의존도가 한국보다 2.5배 낮지만, 자영업자 비율도 2.5배 낮다.

재벌의 문어발식 진출과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자영업자 비율과 무역의존도에서 드러나듯이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자 줄일지 늘릴지 결단할 때

경제구조를 선진화하고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자영업자를 줄여야 할까 늘려야 할까. 사회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자영업자를 줄여야 할까 늘려야 할까. 결론은 분명하다.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바란다면, 비공식 경제(informal economy)를 넘나드는 자영업자를 서서히 줄여야 한다.

개인적으론 2030년까지 달성할 중기 목표로 유럽연합 28개국 평균인 15%대, 2040년까지 달성할 장기 목표로 독일과 일본 수준인 10%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고용 구조를 감안할 때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율을 취업자의 15%로 조정하려면 290만 명을 줄여야 하고, 10%에 맞추려면 420만 명을 줄여야 한다.

줄인다는 것의 의미는 자영업자가 실업자가 되거나 일자리를 바꿔 자본가나 노동자, 혹은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가 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700만 자영업자 절반으로 줄여야


인더스트리 4.0과 디지털화, 일의 미래, 산업과 생산의 변동이라는 시대의 격변에 맞설 혁신적인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을 마련하고, 낡은 정책을 이름만 바꿔 우려먹는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자영업자 700만 명을 절반 수준인 350만 명으로 줄이려면 원하청 구조, 실업, 사회보장. 일자리 창출, 조세와 재정에서 혁신적인 정책과 제도가 준비돼야 한다.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자영업자 비중이 20%대를 웃돈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울 것이다.

국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나친 무역의존도도 줄여나가 장기적으로 50% 대 50% 균형을 맞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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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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