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여부와 사법개혁특위 소속 위원 사보임 논란의 중심에 선 김관영 원내대표의 거취가 결정날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가 당내 갈등의 발화점인 사보임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양해를 얻으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은 재추진 동력을 얻게 된다.
반면 유승민 의원 등은 사보임 결정 번복을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으면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취가 패스트트랙의 향배를 가를 최종 분수령으로 떠올라 여야 4당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도 실력 대결을 잠시 미루고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들,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여는 한편 전날 몸싸움을 벌인 한국당 의원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재추진 의사가 확고하다고 강조했으나,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패스트트랙 재시도 여부에 대해 민주당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복수의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공이 바른미래당에 넘어갔다'고 했다. 한 의원은 "지금 우리가 뭘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바른미래당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고, 다른 의원도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가) 당 내 명분을 갖고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달라고 해서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3당인 바른미래당은 당초부터 패스트트랙 추진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 패스트트랙 추진을 위해서는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각각 전체 위원 18명의 3/5인 1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1명, 정의당 1명이고, 사개특위는 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1명이다. 때문에 정개특위에서는 바른미래당 위원 2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사개특위에서는 바른미래당 위원 2명 전원이 찬성해야만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부가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 격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른미래당은 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유승민 의원이 좌장 격인 바른정당계는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 '선거법은 여야 합의가 원칙'이라는 소신을 갖고 처음부터 반대해 왔다. 구 국민의당계 내에서도 안철수계 이태규·김중로 의원은 패스트트랙 반대파였다. 적극 찬성파는 안철수계 일부와 호남계, 그리고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현 지도부였다.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반대투표를 공언한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과 당초 패스트트랙 지정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이후 민주당과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협상안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권은희 의원을 김 원내대표가 전날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임시키고 찬성파인 채이배·임재훈 의원으로 교체 임명(사보임)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권 의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지역구는 호남(광주 광산을)이다.
지난 23일 패스트트랙 4당 합의안 추인 여부를 묻는 의총에서는 찬성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안철수계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도 '오신환·권은희 사보임'에는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찬성파에서 이탈했다. 김삼화 의원은 전날 사보임 반대 의견을 밝히며 당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했고, 김수민 의원도 이날 오전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했다.
또 지난 24일 바른정당계와 이태규·김중로 의원이 '오신환 의원 사보임 반대'를 이유로 작성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에 전날 김삼화·신용현·이동섭 의원도 연서명을 하면서 23일 의총 당시 12:11(찬성파 박주선 의원이 불참)이었던 패스트트랙 찬성파:반대파 비율이 11:13으로 역전될 처지에 놓였다. 창당 대주주인 유승민계·안철수계가 힘을 모은 결과로 풀이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은 판국에, 캐스팅보터인 바른미래당의 리더십 교체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유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저와 안철수 전 대표 두 사람에게 창당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 전 대표와 제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는 것이 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또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한 오신환, 권은희 의원을 원위치하는 것부터 풀어 국회가 대화와 협상을 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불신임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철수계·유승민계 양측 원외 지역위원장 49명(전체 81명 중)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패스트트랙 추진 반대와 손학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도부 사퇴 후 비대위 전환과 "비대위 종료시 창당정신에 입각해 '안-유 공동체제'를 출범시키고 유·안 두 전직 대표에게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 헌신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26일 오후에 열리는 바른미래당 의총이 정치권의 첨예한 관심을 받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만약 패스트트랙 반대파가 과반 세를 점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고 의원총회에서 김관영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돼 김 원내대표가 물러난다면 '여야 4당 연대'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에 원내대표직을 건다고 공언해 왔고, 이날까지도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들과의 단체 대화창에 장문의 메시지를 올리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여야 합의문이 당에서 추인됨에 따라,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사개특위 의원 두 분에 대한 사보임 조치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그동안 누구보다 사법개혁 의지를 가지고 일해온 두 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다른 의원들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고 "당내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제도 개혁 의지를 실천해 온 여러 분들과도 좀더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채이배 의원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권은희·신용현 의원을 만나 사과하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김 원내대표가 사과를 했다"며 "모두들 이성을 회복해서 함께 공수처의 수사 대상, 조직, 권한에 관한 중요 입법사항에 대해 최소한 한 번은 논의하고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을 권유드린다"고 썼다. 그러나 바른정당계는 김 원내대표의 사과를 일소에 부치고 있다. 한 의원은 "사과하고 반성한다면 두 의원 사보임을 취소해야 한다"며 "조금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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