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이 나설 차례다. '공'은 평양이나 워싱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선 '한국식 해법'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평양과 워싱턴의 교집합과 차집합을 짚어보고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을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집합의 핵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3차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데에 있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트럼프도 곧바로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트위터를 날렸다.
물론 조건은 있다.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서두르면 적절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역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용단을 "올해 말까지" 기다리겠다면서 말이다.
여러 가지 이견과 불분명한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이 '톱타운' 방식의 협상에 여전히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희망의 근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지난 9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2020년 대선 캠페인 영상물을 올렸는데, 여기에는 그가 김정은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도 담겨 있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의 최고의 외교 업적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2020년 대선에서 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트럼프는 '선 빅딜, 후 스몰딜' 선호
문제는 방법론을 찾는 데에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 '스몰딜' 발언이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해 스몰딜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스몰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을 두고 트럼프의 입장이 유연해진 것으로 해석한다. 그가 빅딜만 고수하다가 스몰딜도 고려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독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답변의 핵심은 "지금은 빅딜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스몰딜을 언급한 것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스몰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빅딜'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빅딜에 먼저 합의하고 스몰딜 형태로 후속 합의 및 이행해나갈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인 것이다. 트럼프는 '선 빅딜, 후 스몰딜'을 선호하는 것이지 양자택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필자가 3월 하순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선 빅딜, 후 스몰딜'은 문재인 정부가 언급해온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주장과 흡사한 것이다. 문제는 '빅딜'의 내용에 있다. 즉 '어디까지 포괄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및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시설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라는 요구도 담겼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김정은의 시정연설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그는 미국식 빅딜을 경제제재를 앞세워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미국은 전혀 실현불가능한 방법에 대해서만 머리를 굴리고 (하노이) 회담장에 찾아왔다"며, "미국은 그러한 궁리로는 백 번, 천 번 우리와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우리를 까딱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빅딜을 사실상의 무장해제 요구로 간주하곤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식 해법의 핵심은 비핵지대 조약 체결
한국식 해법 마련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절박해졌다. 북한과 미국이 최종적인 목표를 두고 동상이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같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만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의 핵심은 북미가 받아들일 수 있는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와 방식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2월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에겐 매우 분명하다.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11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 때도 "빅딜은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미국이 북핵 폐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대안은 마련될 수 있다. 흔히 '하노이 노딜'을 두고 김정은이 핵포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진단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북한이 거부한 것은 사실상의 "무장해제"에 가까운 미국의 무리한 요구이지 핵폐기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식 해법의 초점은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와 미국의 대북 핵위협을 해소하는 방안을 담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여러 차례 제안한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 체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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