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대, 빨리 끝내자

[안종주의 안전사회] 미세먼지 딜레마, 우리가 갈 길은? <2>

대한민국은 미세먼지라는 암에 걸려 고통을 겪고 있다. 미세먼지가 전이암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오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 지금 적어도 암 3기 내지 4기 상태다. 1기나 2기 암이라면 간단한 외과적 절제수술이나 항암요법으로 완치할 수 있으나 이미 그 상태를 넘어섰다. 아무리 뛰어난 외과수술 능력을 지닌 의사도 이를 도려내 완치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외과수술, 화학항암요법, 면역요법, 방사선 요법, 온열요법을 총동원해 암 덩어리를 없애려 하니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가정의 난방과 취사,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자동차 운행을 멈추며 발전소도 정지를 하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곧 우리 공동체의 죽음을 뜻한다. 환자가 죽지 않으면서 암 덩어리를 도려내야 명의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제대로 된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미세먼지가 지금의 재난 수준까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일찍이 20여 년 전 총부유분진(TSP) 규제가 아니라 미세먼지 규제를 해야 한다는 언론과 전문가 지적에도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또 초미세먼지 기준을 도입해 실질적인 규제를 한 것은 2015년으로 불과 4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처럼 선진국에 견줘 (초)미세먼지 기준 도입과 이에 따른 저감 정책이 늘 서너 발짝씩 굼떴다.

이 때문에 (초)미세먼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무뎠다. 정치권과 정부도 덩달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미세먼지 대란, 미세먼지 딜레마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처가 소극적이었던 것과 더불어 국내 미세먼지가 가져올 재앙적 성격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두 마리의 토기를 모두 잡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세먼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먼저 집토끼부터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집밖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집토끼를 먼저 잡기 위해서는 이 집토끼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출몰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한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나 조사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아니 상당한 예산,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효과적 저감 정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제 이를 성찰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다.

'미세먼지 센서스' 실시해 정확한 발생원 파악

대기오염물질 대형 배출 업체에서 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의 양과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물질의 총량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정확한 집계 내지는 추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세업체나 가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세먼지와의 싸움은 일이년에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10년 내지 20년, 길게는 30년 내지 50년을 내다보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정확한 미세먼지 배출원 파악과 오염물질의 특성, 계절별 특성, 지역별 특성, 지역 간 이동 등에 대한 분석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면 여기에 연간 수백억 원이 아니라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쏟아야 한다. 인공강우니, 도심 미세먼지 제거 탑이니 하지 말고 이런 곳에 진짜 예산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인구는 모든 정책의 기본이다. 그래서 정확한 인구통계와 가계 통계를 위해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쏟아 정기적으로 인구센서스를 하고 있다. 이제 이와 유사하게 미세먼지, 나아가 대기오염 물질이 어느 사업장, 음식점, 가정, 공사장, 자동차, 건설기계에서 나오는지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의 핫피리어드(위험시기)에 이런 특성을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미세먼지와의 장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은 여기서부터 비롯한다.

최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견줘 급장하고 있는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미세먼지 오염은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그 뒤 정부가 수도권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도입 등 저감 정책을 펴 2012년까지 꾸준히 미세먼지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가지다. 그 이후 미세먼지 저감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약발이 다한 것이다.

1차 항생제가 내성이 생겨 약발이 듣지 않는다면 2차 항생제, 그것에도 병원균이 내성을 획득하면 3차 항생제를 사용하듯이 국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과 목표를 세워 대응해야 한다.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우리는 과감히 새로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국가에너지전환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에너지 사용 형태와 온실가스 감축 등과 맞물려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 20%라는 목표를 더욱 상향조정해야 한다. 중국과 독일 등 일부 재생에너지 전환 모범국가의 사례를 본다면 30%로 목표를 잡아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PC(석유·석탄) 시대에서 SW(태양·바람) 시대로

자동차 가운데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 차량도 과감하게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이미 중국 일부 도시에서는 모든 오토바이가 전기오토바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 그런 것을 못하는가. 앞으로 몇 년 안으로 모든 오토바이와 스쿠터, 마을버스와 소형 셔틀버스 등은 의무적으로 경유 등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충전배터리로 바꾸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노후 경유자동차 규제 위주의 정책밖에 펴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과감하게 모든 경유자동차의 운행 중단, 나아가 모든 내연기관의 퇴출 선언을 국가 차원에서 하고 그 목표 연도를 정해 그에 따른 정책을 펴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2040년 경유자동차는 물론이고 휘발유자동차도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목표를 세워 이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디젤자동차가 대기오염을 거의 시키지 않는 클린디젤 자동차라는, 어처구니없는 희대의 사기극이 버젓이 정부와 자동차 회사의 합작으로 오랫동안 벌어왔다. 그런 과오와 범죄적 행태를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경유자동차의 경우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강력한 규제를 펼쳐야 하는 게 아닌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가운데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를 엄청나게 뿜어낸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잘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는 2021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우리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계절이 되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는 등의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더 과감하게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목표시기를 정해 정책을 펴야 한다. 이에 따른 전기 공급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맡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PC(Petroleum, Coal)시대, 즉 석유와 석탄의 시대를 끝내고 SW(Sun, Wind)시대, 즉 태양과 바람의 시대로 재빨리 나아가야 한다. 미세먼지 위기, 딜레마는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새로운 에너지 전환 시대, 새로운 문명 전환을 촉구하는 신의 경고이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그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해 헤쳐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그 시험대에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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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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