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베트남 첫 일정으로 대사관 택한 이유는

26일 오후 내내 호텔에 있던 김정은, 오후 5시경 일정 시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의 첫 일정으로 주 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찾았다. 김 위원장 선택의 배경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11시경(현지 시각) 숙소인 하노이 시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이후 오후 내내 휴식을 취하던 김 위원장은 오후 5시경 멜리아 호텔에서 약 1.5km 떨어진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에 전격 방문했다.

앞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약 2주 전부터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 건물 곳곳이 정비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대사관 외벽을 비롯해 내부 보수공사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계기 북한 대사관을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서의 첫 일정으로 대사관 방문을 선택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김 위원장은 현지에 도착한 당일 리셴룽(李顯龍) 총리와 만남으로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각) 하노이에 있는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찾았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중시하고 있는 이른바 '인민 중심주의'를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해외에 나와서 베트남에 있는 우리 인민을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백 소장은 "다른 국가 정상이 외국에 나가면 교민도 만나고 대사관 직원들이나 파병 군인들을 만나곤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에 왔을 때 주한미군 직원들을 만나지 않았나"라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근무하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 역시 외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 체제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주의적인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한 직원들을 상대로 김 위원장이 직접 대사관에 방문해 이들을 만남으로써 직원들에게 일종의 격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한편으로는 대사관 직원들을 단속하는 행보로도 읽힌다. 실제 지난해 11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잠적하는 등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들의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대사관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이후 일정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경 대사관을 빠져나온 김 위원장은 다시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돌아갔다. 아직 만찬이나 저녁 일정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라오스와 캄보디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응웬 푸 쫑 베트남 주석이나 베트남의 다른 고위 당국자를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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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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