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트럼프, 남북 경협에 긍정적 반응 보였다"

"文대통령 제안은 트럼프 손에 카드 늘려준 것"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로 활용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을 포함해 길게 말을 했고 문 대통령의 말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긍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통화에서 철도‧도로 연결 사업 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 금강산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답했다.

양측 정상이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 전체를 대북 제재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어제 대화만으로는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관점의 이동"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변인은 "그동안은 제재 완화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청하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상응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으면 좋지 않겠나"라며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이) 쓸 수 있는 카드의 종류를 우리가 늘려줄 수 있다'라는 의미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지난 19일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연합뉴스

한편 19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과를 문재인 대통령과 공유해야 하기에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힌 부분과 관련, 베트남에서의 만남도 포함되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곧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바로 직접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왜냐하면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야기가 많은 것은 이번 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양측 정상의 전화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가시화되면서 신년 초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전 역시 긴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호 기자/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