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는 '김남매'…극우 표심 올라타 '기세등등'

김진태 "나 쫒겨나면 재미 없어", 김순례 "살아서 여전사 되겠다"

자유한국당이 '5.18 망언'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2.27 전당대회 일정이 막을 올렸다. 한국당은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당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 일정을 시작했다.

현재 정치권 최대 현안이자 한국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5.18 망언 문제를 직접 입에 올린 사람은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 가운데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망언 사태 당사자인 김진태·김순례 후보는 사과 한마디 없이 "(나를) 지켜 달라", "살려 달라"며 당당하게 지지를 호소했다.

김진태, 활짝 웃으며 연설 시작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


김진태 후보는 당 대표 후보 3명 가운데 가장 먼저 연단에 올랐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등장한 그는 활짝 웃으며 "이 모자 어울리느냐"고 청중들에게 묻는 등 여유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인생이 왜 이렇게 파란만장하냐", "오늘 여기를 오는 중에도 여기 오지 말고 돌아가라고 할 까봐 가슴이 벌렁벌렁했다"며 "그래도 완주할 수 있게 됐다"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김진태 후보는 "그런데 '완주' 갖고 만족할 때가 아니다. (현 상황은) 징계가 '보류'만 된 것"이라며 "만약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이 김진태, 당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며 '태극기부대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는"이 한국당에 그래도 김진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가끔 심장이 쫄깃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제가 없으면 재미가 없을 것"라고 했다. 그는 "한국당에 김진태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김진태 후보는 이어 "제가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은 확실한 우파 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대표가 되면 '애국 세력'과 우리 당이 힘을 모아 어깨동무하고 그 때부터 싸워나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보수우파 통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외 투쟁은 아무나 갑자기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해본 사람만 하는 것"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장외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순례 후보도 "사즉생의 각오로 대전에 섰다"며 "매일 자고 나면 제가 죽고 있다. 저는 살고 싶다. 여러분, 살려주시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순례 후보는 "살아서 자유 대한민국 자유 우파 가치를 지키는 여전사가 되겠다"며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한국당과 자유, 보수를 지키는 총선 개헌저지선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고려인민공화국'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후보는 이 연설을 하는 도중에 "당이 어려울 때 호남 (당원) 분들이 당을 지켜 줬다"며 "이순신 장군은 '호남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고 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정치인들이 호남 민심의 지지를 호소할 때 상투적으로 쓰는 인용구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논란의 5.18 관련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발언을 해 호남 민심의 분노를 샀다.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윤영석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전직 대통령 3명이 사법처리를 당했다. 박근혜, 이명박,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판에 회부되고 구속됐다"며 "대한민국 보수세력 3족을 멸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이 5.18 관련 사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전 전 대통령을 거론한 발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당 대표 후보와 김순례 최고위원 후보가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오세훈, 망언 논란 無언급…吳 "박근혜 굴레 벗어나야" 발언으로 야유 받기도

유력 당권 주자인 황교안·오세훈 후보도 5.18 망언 논란에 대해서는 연설에서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황 후보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 광주와 호남에서 대전까지 달려온 당원동지 여러분"을 인사말에서 한 차례 언급하고, 자신의 경선 전략인 '통합'만 강조했다. 그는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해야 한다"며 "자유 우파 진영 모두가 한국당의 '빅 텐트' 안에 똘똘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황교안·김진태 두 후보는 훌륭하지만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필패"라며 "두 분 '강성 보수'로는 정치와 이념에 관심 없는 무당층 마음을 얻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 후보는 아직도 '박근혜 향수'가 강한 한국당 당원들 앞에서 한 연설에서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대담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에 객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오 후보는 쏟아지는 야유에도 아랑곳 않고 "그 분을 버리자, 용도폐기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저도 그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러나 내년 선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필패"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불행히도 (황·김) 두 분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총선 필패"라고 재강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황 후보는 연설 전 상영한 홍보 영상에서 '새마을운동' 마크와 함께 이승만·박정희·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당 연설회장, 찾기 힘든 '자성론'

이날 일부 당 관계자들과 후보들은 간접적으로나마 5.18 망언 논란과 관련해 자성론을 입에 담기도 했지만, 언급 자체도 적었던 데다 그나마 당원·지지자들의 현장 반응도 좋지 않았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후보 연설회 전 인사말에서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우리들 사이에 조금 해이해지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며 "오늘을 계기로 그런 모습이 없어지고 미래를 위한 모습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진태 후보 지지자 등 당원들은 이 정도 언급에도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 중 윤재옥 후보는 연설에서 "요즘 또 답답하시지 않느냐. 지지율 올라가니 또 실수하지 않느냐"며 "더 이상 실수는 안 된다"는 정도의 언급을 하고 "민심과 유리된 우리의 공감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는 작심한 듯 "대통령 지지율은 내려갔는데 여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우리는 3.2%가 빠졌다. 누구 때문이냐"며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을 이례적으로 직접 겨냥, "여러분이 '김진태, 김진태' 외칠 때 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느냐? '그래, 김진태 데리고 당을 좀 나가 달라'(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조 후보는 "여러분, 이래 가지고 수권 정당 할 수 있느냐? 우리가 무슨 대한애국당이냐?"며 "전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특정인 이름을 외치고 있는 이 당에 희망이 있느냐. 취재 온 기자들도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빨갱이', '좌파' (주장)해서 정권 찾아올 수 있다면 저도 드러누워서라도 하겠다"고 했다. "여러분은 당을 살리는 게 아니라 당을 망치고 있다"고도 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릐 야유가 따랐다.

이날 행사 전체를 통틀어, 당 지도부 인사와 15인의 후보자 연설에서 보인 '자성론'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격은 한껏 거세졌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대회 인사말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북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 국회의장도 아는 것을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모른단 말이냐"고 했다. 윤영석 후보는 자신이 경남 지역 민심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문재인이가 저 윤영석을 떨어뜨리려고 직접 마이크 잡고 선거운동을 했다"고 표현했다.

청년최고위원 후보자로 나온 김준교 후보는 연설에서 "저는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출마했다"며 "종북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적화통일되고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이다. 국민 모두 학살당하고, 강제수용소 끌려가고, 재산을 뺏기게 될 것"이라고 극우적 주장을 펴기도 했다.

김 후보는 "월남 패망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는 자가 저 문재인이다"라며 "가증스런 적화통일 음모를 막아내고 저들에게 우리가 당한 것을 백배 천배 되갚아줘야 한다"거나 "북한에 쩔쩔매는 종북 주사파 정권 끝장내자"고 말했다. 연설 말미에는 "문재인을 탄핵하자!"고 반복적으로 외쳤다. 한국당 연설회에 모인 청중들은 그의 발언이 멈출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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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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