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평양 가는 美비건, 김정은도 만난다면?

국무부 "비건, 김혁철과 만남 위해 6일 평양행"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6일 북한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돌입한다. 정상회담의 실무 담당자가 직접 북한에 방문하면서 북미 양측 간 일정한 접점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4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그의 카운터 파트인 김혁철(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과 만남을 위해 6일 평양으로 향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던 완전한 비핵화, 북미 관계 전환, 한반도에서의 영구적인 평화 건설 등을 약속했다. 이번에는 여기서 진전된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비건 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대사의 실무협상은 판문점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판문점에서 수차례 접촉을 가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실무협상 대표가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약 4개월 만에 직접 평양을 찾으면서, 북미 양측이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싸고 어느 정도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특히 비건 특별대표가 김혁철 전 대사와 협상을 가진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만난다면 북미 간 이와 관련한 상당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 1월 31일(현지 시각) 비건 특별대표는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단계적‧동시적 이행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의 폐기 및 파기'를 약속했다며 이후 북한의 핵심 핵·미사일 시설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접근과 모니터링,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미사일‧발사대 및 다른 WMD에 대한 제거 및 파괴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와 연관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항목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당신이 모든 걸 다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을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종전선언, 수교 준비 등 북미 관계 전환과 관련한 로드맵을 내비쳤다.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그것(한국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종전선언 및 평화체제 논의 시작과 관련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그는 "내게는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대사관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완벽한 결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비건 특별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에 제재를 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비건-김혁철의 실무협상에서 이 부분을 두고 어떤 합의가 이뤄질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는 당시 강연 자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미국은 최선의 투자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 미국이 '에스크로 계좌 방식' 등을 포함한 특별한 '경제 분야 패키지'를 북한에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지난 3일 한국에 방문한 비건 특별대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미국의 방안을 한국에 설명하면서 관련 논의를 가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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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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