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답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냈다고 밝힌 북한의 발표를 확인한 것이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를 전달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트럼프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미국을 방문해 1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매우 좋은 만남"이라고 만족감을 표하며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을 가교로 친서를 주고받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엄청난 진전", "비상한 결단력" 등의 표현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밝힌 셈이다. 특히 북미가 친서 교류를 통해 정상 간 신뢰를 확인하고 협상 결과를 낙관한 대목은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에서 '주고받기'에 관한 모종의 공감대가 모아졌음을 시사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스웨덴 접촉에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의 윤곽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데에 주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가 북한이 취할 '프론트 로딩(초기 조치)'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싱크탱크인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이상수 한국센터 소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북한이 미국에 ICBM 중국 반출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ICBM을 반출하기를 원하고, 미국 정부도 북한 ICBM을 본토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반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김 위원장이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이 같은 계획을 의논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 조정관도 RFA에 "미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에서 ICBM을 폐기하거나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겠지만, 중국으로 반출하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수용 가능한 협상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경우 북한이 보유한 ICBM을 일부라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중국으로 반출한다는 것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목되는 ICBM 폐기 방식…다자협상 전환점 될 수도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을 목표로 개발해 온 ICBM 반출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실질적 쟁점이었다. 2~3개월 내에 북한 ICBM을 미 본토로 반출하는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ICBM 기술력이 미국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미 본토 반출 방식에 북한이 난색을 표해 최종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실질적 조치에선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따라서 이번에 북미가 ICBM 중국 반출로 의견 접근을 이룬다면,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 반발 씩 양보한 새로운 타협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는 비핵화 협상이 중국을 포함한 다자 구도로 전개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사실상 중국 역할론을 천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직후인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 역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안정 유지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한반도 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었다"고 과거 중국 주도로 이뤄진 6자회담을 환기시키며 "한반도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하고 지금까지 여전히 가장 적극적인 성과를 얻어낸 프로세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북‧미+남한'으로 전개되어 온 협상을 중국 포함 다자 구도로 전환시키려는 북한과 중국의 의중은 일관되게 확인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뒤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다만 지난해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 배후론'을 강하게 경계했던 트럼프 정부가 평화체제 전환을 비롯한 ICBM 반출까지 관여하는 중국의 '적극적 개입'을 용인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방향과 우선순위에서 남북미는 물론이고 중국의 주안점도 달라, 새롭게 제기된 '프론트 로딩' 방법론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신경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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