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그중에 아이들이 먼저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5천명이 광화문에 모인 이유

아동들은 미래의 꿈이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모습만 보아도 힘이 나며 마음이 흡족하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지역아동센터는 늘 북적인다. 국어·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는 아동, 미술 수업시간에 자신만의 열쇠고리를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아동, 영어 복습하는 아동, 오카리나·바이올린·플루트를 연주하는 아동, 보드게임을 하는 아동들이 저마다 소그룹으로 활동하는 아동복지 현장의 모습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소외계층 아동·청소년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교육 지원, 심리정서 지원, 문화 지원, 건강 지원, 급식 지원, 지역사회 연계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지역아동센터 한 곳에 2명 또는 3명의 사회복지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 중심기관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여기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들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이런 위로와 보람으로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사회복지사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지역아동센터가 그나마 가능했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광화문에 나간 이유는?

그런데 지난 15일 전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 5000여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아동들을 돌보아야 할 시간에 최소 인력과 대체 인력으로 아동 돌봄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이른 새벽부터 전국 각지로부터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광화문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외쳤다.

"아이들이 먼저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외친 목소리이다. 왜 지역아동센터의 종사자들이 이 구호를 외쳤을까?

▲ 지역아동센터 예산 확보를 위해 지난 15일 광화문 광장에 사회복지사들 5000여 명이 모였다. ⓒ강석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신규 직원일 때도 최저임금, 5년 경력이 있어도 최저임금, 10년 경력이 있어도, 하물며 센터장이라도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내년은 좀 더 나아지겠지'라는 기대로 그렇게 견디어 왔다.

그런데 2019년 최저인건비 인상률은 10.9%인데, 지역아동센터 지원금 인상은 2.8%에 불과하다. 사칙연산만 할 수 있는 초등학생이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인상폭이다. 이러면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아이들에 대한 지출 역시 제약당하기에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 받는다. 도대체 보건복지부는 어떠한 생각으로 이렇게 예산을 배정한 걸까?

아이들을 위한 비용을 줄이라는 복지부

지역아동센터에 제공하는 정부지원금은 종사자 인건비와 운영비를 분리 교부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로 전체 보조금 중에서 아동들을 위한 프로그램비를 뺀 나머지를 인건비, 기관운영비로 쓴다. 예전에는 전체 보조금 중에서 아동들의 프로그램 비율을 20%를 쓰도록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최저인건비를 맞출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프로그램 비율을 10%로 내리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올해는 어떤가? 지원금 인상률이 최저임금 인상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니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보건복지부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출 비율을 5%로 줄이란다. 나머지를 종사자 인건비에 쓰라고 선심(?)을 쓴다. 이건 뭐 '궁여지책'이 아니라 '권모술수'가 아닌가. 정말 5%로 줄이면 아이들을 위한 지출이 얼마인 줄 아는가? 35명 정원인 시설에 월 평균 20일로 계산하면 1인 1일 478원이다. 지금까지 아이들만 보면서 이 길을 걸어온 종사자들에게 아동들에게 돌아갈 몫을 빼앗아서 최저인건비에 맞추라는 결정을 받아들이라는 건가? 보건복지부의 논리가 궁색해도 너무 궁색하다.
후원금을 활용하라고?

보건복지부는 또 말한다. 후원금을 받고 있으니 후원금으로 충당하라고. '점입가관'이다.

그동안 1000원도 안 되는 프로그램비로 어떻게 교육 프로그램, 정서 지원 프로그램, 문화 프로그램과 놀이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을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어떻게 가능했을까? 센터 종사자들의 밤잠을 설치며 많은 날들의 야근으로 가능했다. 매년 반복되는 공모사업을 준비하느라 야근하는 일은 일상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종사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이나 상여금은 0원(종사자 인건비, 시설운영비로는 쓸 수 없는 체계)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충당하라는 후원금은 대부분은 시설 임대료로 쓰인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운영자(시설장)가 자신이 받은 최저인건비를 다시 후원금으로 내놓거나 배우자나 가족 친인척들이 임대료, 기관운영비, 프로그램비 등 부족분을 후원하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탁상행정에 빠져 있음을 고백하는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는 답하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진정으로 아동이 우리사회의 미래이며 꿈이라고 여기고 있는가? 출산 장려와 인구 정책을 말하면서 이미 세상에 태어난 대한민국의 아동들을 외면한다면 과연 이 나라에 어떤 희망이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을 준수해야 한다. 아동이 존중받고 낙인감이 없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동복지의 중심인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현실화를 통한 아동 프로그램비 비율을 높여야 한다. 광화문에 모인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한 목소리로 추경예산 편성을 요구한 이유이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은 낮은 급여체계로 이직률이 높고 상대적 박탈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 우리들도 최소한의 생존권과 권리를 존중 받고 싶다. 무한 희생을 강요받지 않고 사회복지사로 소외받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우리의 소리가 무위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석환 전국지역아동센터연합회 대표는 나눔플러스지역아동센터 시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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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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