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센터 예산 아동당 하루 1000원…실화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사회복지사들, 아동당 예산 1500원 위해 농성 중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은 늘 매력적이다. 토네이도와 허리케인 중 어떤 태풍이 더 위력적인가? 어제는 분명히 있었던 각도기의 감쪽같은 행방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외국인 엄마와 충분히 의사 소통되지 못하는 아이의 갑갑함을 다루거나 엄마의 고통을 두렵게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안도시켜줄 속 시원한 방법은? 이런 모든 일에 능숙하다면 당신은 지역아동센터의 종사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싶은가?

하지만 명심할 일이 있다. 이곳에서 당신은 급여를 얼마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최저임금 이상은 받을 수 있을 테고, 장담하건대 최저임금을 갓 벗어난 그 언저리 어디쯤이 될 터이지만, 호봉제 같은 것은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여기 지역아동센터는 종사자들을 위한 급여 방안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이 만약 생계를 감당해야 하고, 앞으로 결혼 등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면 이곳에 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물론 '당신들도 거기서 일하지 않은가'라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 우리들은 여기 있다. 매우 소박하게 살아간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크게 부러워하지 않거나, 열등감이나 분통함에 시달리지 않을 자신이 있고, 가족들이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조건이라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소박한 삶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그래도 명심하기 바란다. 처음에 오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으나, 가족들이 생기면 지역아동센터에서의 삶은 힘겨울 수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지역아동센터는 사회복지시설이지만 사회복지사들에게 당연히 제공되는단일 임금체계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의 운영비는 있되 인건비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 시설이다. 인건비는 운영비 안에서 적당히 알아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운영비가 절대 넉넉한 금액도 아니다. 이러니 이곳에서의 당신의 삶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국가는 지역아동센터 같은 시설을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아 보인다. 어느 정도 공익에 보탬이 되는 시설이므로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는 자세이다. 우리 사회복지 공급자에 대해 인건비를 지원할 의무가 없다는 태도이다.

아동 서비스 비용을 줄이라는 보건복지부


당신이 만약 정부의 정책 책임자로서 지역 사회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를 구상한다면 무엇에 우선 순위를 두겠는가? 당연히 아동들에 대한 서비스의 양과 질이다. 이를 위한 제도적 수단이 서비스 단가이다. 이 단가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겠는가? 이 역시 공평성, 적절성, 지속성, 효과성, 효율성 등을 토대로 아동 1인당 얼마만큼의 서비스 비용을 책정하는 것이 적절할까의 주제이다.

실제 서비스 단가는 지역아동센터가 매년 정부와 예산을 협의할 때 가장 핵심적 사항이다. 2019년 정부에 대한 예산 청원 활동을 벌일 때도 우리는 지역아동센터의 예산 구조를 정확히 알리고자 힘썼다. 현재 운영보조금이란 명목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내려오는 예산은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인건비, 관리운영비, 사업비 등 3개 사항으로 구분된다.

지역아동센터 운영보조금 = 인건비 + 관리운영비 + 사업비
(아동 정원별 3등급 구조) (서비스제공자 비용) (운영보조금 총액의 10%)


서비스 직접 비용에 해당하는 사업비는 2018년에 운영보조금 총액의 10%를 사용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그런데 운영보조금이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을 못 따라가자 2019년 예산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5%로 하향 조정하라고 지역아동센터에 제안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가 '우리들 월급 받자고 아이들 프로그램비 깎는 짓을 어찌 할 수 있는가?'라고 저항감을 보이는 이유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못 따라가는 운영보조금 증액

<표 1>은 2018년과 2019년 지역아동센터 운영보조금의 변화이다. 2019년 예산을 보면 대부분 2018년 말의 운영보조금에 비하여 3만~4만 원 오르는 데 그친다. 최저임금 인상도 따라가기 힘든 증액이다.


내년에 종사자들이 최저임금 월 175만 원만을 받는다고 예상하여 종사자 인건비를 계산하면 급여, 퇴직금, 사회보험료 부담금을 합한 인건비는 1인당 약 206만 원이다. 만약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 역시 사회복지 전문인으로 최소한의 대우를 해 준다 가정해 최저임금 기준안에서 전문인 우대 5만 원, 그리고 시설장은 직책보조금으로 5만 원을 추가 지원해도 종사자 1인당 인건비는 210만~220만 원에 그친다(생활복지사 212만 원, 시설장 219만 원).

이렇게 되면 지역아동센터는 사실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전체 운영보조금 인상액이 미미한 까닭에 최저임금 인상, 최소한의 직책 비용을 감안하면 현행처럼 프로그램 사업비에 운영보조금의 10%를 사용할 경우 관리운영비 재정은 아예 없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보건복지부 제안대로 사업비를 5%로 줄여도 현실적으로 조금이라도 운영이 가능한 시설은 읍면 지역의 20인 이상 29인 이하의 지역아동센터뿐이다.

아동당 하루 서비스 단가 1500원을 위하여

그러면 사업비를 10%로 책정한다고 아동들을 위한 서비스 비용이 적절한가? 지금 아동 1인당 서비스 단가를 보면, 10명 이내 시설만 2000원이 넘고, 나머지 시설은 모두 1000원 안팎이다.


지역아동센터는 2019년 예산 청원에서 아동 1인당 1일 1500원 기준의 서비스 단가, 즉 프로그램 비용을 요구하였다. 사실 1500원 역시 부족한 금액이지만,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요구다.

1500원은 아동 1명이 하루에 강사비와 교구재비로 1000원, 간식비로 500원를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이다. 강사비의 경우 30명의 아동 시설에서 3만 원이 산출된다(1,000원*30명=3만 원). 이는 아동들의 발달 지원을 위한 유료 강사를 채용했을 경우 겨우 1시간 정도의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최저 금액이다. 간식비 500원 역시 사과 한 알 혹은 우유 한 통을 겨우 구입할 수 있는 비용에 불과하다. 이런 강사비 중 일부를 모아서 지역아동센터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아동들의 캠프와 각종 행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서비스 단가 1500원 역시 결코 넉넉한 금액이라 할 수 없다.

▲ 광화문에서 지역아동센터 예산 확보를 위해 농성 중인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들. ⓒ성태숙

우리는 지금 광화문의 칼바람 속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가는 정말 지역아동센터의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아동들을 돌보면서 이러한 예산 투쟁까지 해야 하니 때로는 그 무게감에 마음이 짓눌린다.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래도 우리나라 아동복지지원 사업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어린 시민들의 권리를 위하여 지금 우리들은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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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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