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근교의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회담 분위기는 허심탄회하고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자리를 마련한 스웨덴 외무부 대변인이 "신뢰 구축, 경제 개발, 장기적 협력 등 한반도 상황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로 건설적인 회담이 열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비건 대표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행보를 모두 챙긴 뒤에 스웨덴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최 부상과 첫 만남에서 연출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북미 간 큰 틀의 합의가 이미 워싱턴에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실제로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련의 북미 접촉 시그널은 긍정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뒤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며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핵능력 동결을 통한 단계적 해법을 시사한 것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현실적 목표를 보다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실무 협상에서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이 40시간 동안 합숙을 하며 여러 차례 식사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쟁점 사안에 대한 세부 조율이 압축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관측 속에, 북미는 조만간 회담 장소와 정확한 날짜를 공개할 전망이다.
비건 대표의 임명 이후 탐색전 성격의 첫 만남이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에 관한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핵능력 동결을 요구하는 미국, 제재 완화와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요구하는 북한 사이에 교환 가능한 조치들도 점차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여러 차례 실무 협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전례에 비쳐보면, 이번에도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향후 몇 차례 더 접촉을 갖고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실무 협상에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3각 회담' 방식이 유지될지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재자 역할에 거듭 의지를 보였고, 이 본부장도 현지에서 북미가 갈등하는 쟁점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숙 회담'이 끝나고 오전 10시 45분 경 비건 대표가 먼저 자리를 뜬 뒤에도 남북 대표는 2시간가량 더 협상장에 남아있어 남북 간 협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협상장을 나선 남북미 대표단의 표정이 밝았다는 게 현지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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